인생에 있어 누구에게나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인 것 같다.

2002년 여름. 온 나라를 뜨겁게 했던 월드컵 경기도 끝날 무렵 오랜 세월 몸 담았던 직장에서 은퇴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깝게 지냈던 선배들은 갑자기 생활이 바뀌게 되면 리듬의 혼란으로 어떤 이는 우울증으로 힘들어 한다고 했다. 미리 제2의 인생을 준비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난감한 상태였다.

우선 공황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일정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하루는 등산. 또 하루는 낚시 가기 등등 땜질식 방법을 나열한다.

등산은 산타기를 좋아 하는 편이라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으나 낚시는 적성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래 전.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한 낙도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사면이 바다로 에워싸여 있는 고도라 나름대로 취미를 개발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았다.

어느 날. 동료분께서 일과 후에는 해이해 지기 쉬우니 바다 낚시를 권장했다.  

별 반응이 없었더니 며칠 후 낚시 용품을 준비해 왔다. 내키지는 않았으나 상대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동행하기로 했다. 선착장 근처에 이르러 시질 하기에 좋은 명당자리를 양보하고 동료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피싱을 시작하였다.

낚시하기 전 기본 상식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중요한 것은 줄에 달려 있는 ‘빼빼로’ 모양의 막대 가장 자리에 빨강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수면 밑으로 내려가면 민첩하게 줄을 당겨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늦은 오후라 태양이 바닷물에 투영되다보니 분간하기 그리 쉽지 않았다.

몇번이나 물고기에게 미끼를 상납(?)하고 나니 시간이 흐를수록 생리적 욕구가 서서히 일어났다.

적당한 구실을 핑계 삼아 자리를 뜬 적이 있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인 마인드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부정적인 생각이 가치에 자리하고 있으니 지루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궁리 중. 우연히 호스피스 교육생 모집이라는 광고를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낮은 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때이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게 하였다.

호스피스란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녕을 베푸는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현대에 와서 그 체계를 갖추어 발전하기 시작하여 1967년 영국의 런던에서 ‘시실리 손더스’에 의해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가 개방된 것이 모태가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3월. 강릉 갈바리 의원(마리아 작은 자매회)에서 임종환자 간호를 시작한 것이 시초이며, 1991년 한국호스피스협회가 창립되었다.

등록할 때는 다소 설렘도 있었는데 교육기간 내내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교육장에는 대부분이 여성 분 이었고, 남성은 몇 분되지 않았으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대개가 사연이 있는 분들이 많았다.

교육은 잘 짜여 진 프로그램에 의하여 이론과 실기로 나누어 전문 강사님들의 열강이 계속되었다.

처음 암이란 진단을 받게 되면 제일 먼저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인생의 끝장이라는 당혹감과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이어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려야 하는지’하며 분개하다가 끝내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수용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때 부정적 수용을 긍정적 수용으로 전환시켜 주는 것이 호스피스 돌봄 긍극의 목표라고 한다.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처음 봉사 활동을 한 곳은 ‘안양메트로병원’이었다.

병원장의 배려로 ‘안양호스피스선교회’에서 전용병실을 할애 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초교파를 대상으로 불신자도 절차를 밟으면 입원이 가능하다.

대상은 말기 암 환자이며 당시엔 대개 입원 2-3개월 정도면 하늘나라로 떠난다고 했다.

교육을 마친 자원봉사자들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편리한 요일을 선정하여 정기적으로 지정 요일에 활동을 하면 된다. 주로 하는 일은 환자와의 대화(경청) 목욕 도움, 가벼운 산책 동반, 원하는 사람에게는 성경을 읽어 드리기 등이다.

이곳에서는 오전 10시경 정기적으로 찬송과 예배를 드리며 종교에 관심이 없는 환자도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을 환영한다고 한다.

환자들에 대한 사연들 중 지금까지도 잊혀 지지 않는 환우는 13-14세 가량의 환아로 중학교 수영선수라는 장0군이다. 이 학생은 골수암 말기판정을 받고 병동에 입실했던 것을 기억된다.

장래 희망은 사역자가 되어 복음을 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주 봉사의 날 제일 먼저 병실을 찾았으나 침대가 정리된 상태였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맑은 학생이었다. 지금 쯤 하늘나라 지존자 옆에서 사명을 잘 감당하리라.

아들 앞에서 애써 감추었던 눈물을 쏟으며 복도 난간을 잡고 하염없이 흐느끼던 40대 초반의 젊은 어머니 모습이 가슴 저 깊은데서 가끔 아려 온다.

‘안양호스피스선교회(회장 김승주)’는 환자들이 입원을 희망하는 모범 호스피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면에는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호스피스 활성화를 위해 혼신을 다하여 본 괘도에 올려놓은 김승주 회장의 숨은 기여도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봉사 활동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귀의 객이 되어 떠나는 이별을 여러 번 맞이해야 하니 정서상으로도 강함 믿음이 요구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스피스 등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선진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근래에 와서는 다행히 지방 자치 단체마다 ‘자원봉사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당사자들이 의사가 있으면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 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사랑 나눔’의 실천 현장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 사회는 더욱 훈훈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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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박배후 박사(경영학)님은 모 정부기관 고위 공직자 출신이면서도, 겸손히 전 과정을 이수하신 후,

따님과 함께 헌신적으로 봉사하심으로 주변 분들에게 큰 감동을 주시던 분이며, 지방 이사 후에도 아드님과 함께 후원으로 격려를 이어가고 계신 동역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