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죽음과 진정한 위로

「우리는 항상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를 읽으며

양경석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박사 과정

헤르만 셀더하위스박사의 「우리는 항상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를 읽으며 죽음에 대한 성경적 사색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 어떤 강의에서 청교도들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소개해 주셨는데, 죽음에 대해 그다지 많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고, 단편적인 성경적 교리에 머물러 있던 나의 생각에 큰 변화를 준 강의였다. 이번에 이승구 교수님의 수고로 책으로 나오게 되어서,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 깊이 있는 사색을 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칼빈의 죽음 이해 -

“우리는 항상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저자는 칼빈이 죽음을 다룸에 있어서 추상적 명제의 신학적 주제만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실재’로서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말한다. 칼빈에게 다가온 죽음. 그는 “나는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다가온 죽음을 마주하여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 그 시대의 모든 어린 소년소녀들과 같이 칼빈은 거리에서 죽는 죽음을 보았고, 많은 아기들의 사산 사실을 알았다. 유럽의 전쟁터에 널브러진 많은 시체들을 목도하였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은 어떠한가. 칼빈 자신은 여섯 살 때 어머니 쟌느를 잃었다.

결혼하여 아내 이델레트와 함께 얻은 독자의 죽음을 경험한다.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가 두 주 조금 더 살고 죽은 것이다. 게다가 결혼 생활 9년만에 아내 이델레트도 세상을 떠났다.

칼빈에게 있어서 죽음은 일상적으로 어디에서나 경험하는 실재였다.

그래서 칼빈은 죽음에 둘러싸인 인간의 실존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삶의 한복판에서 죽음에 에워싸인다” “말하자면 우리는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열 죽음을 만날 뿐이다”. 이러한 죽음의 실재를 칼빈은 어떻게 대하였는가?

칼빈은 미래의 삶에 대한 묵상에서 죽음을 영생의 맥락에 직접 연결하여 제시하고 있다.

성경, 특히 사도 바울이 말한 이생의 비참함과 사후 삶의 영광을 언급한 후에 “죽는 날과 종국적 부활의 날을 즐거이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학교에서 향상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뿐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삶에서 하나님과 함께 할 것을 기다리는 성도에게 죽음의 두려움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동시에 칼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심한 것은 죽은 다음에 올 일에 대한 두려움이다”고 말하면서 이 두려움은 죄인으로서 하나님 앞에 서게 되는 두려움인데, 이 두려움은 하나님을 더 잘 알아 갈수록, 하나님을 위해 살기를 갈망할수록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중적인 긴장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루터의 신학에서도 발견되는데 “의인인 동시에 죄인”이라는 신학이 그것이다. “죄인으로서 나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의인으로서 나는 죽음을 기쁨으로 기다린다. 의인으로서 기쁘게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결정적이기에 신자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육체의 죽음이란, 몸과 혼의 분리에 의한 육체적 생명의 종결이다.

죽음은 생명의 자연적 관계의 파괴를 의미 한다.

죄는 본질적 죽음으로 묘사 될 수 있는데, 죄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사람이 하나님과 맺고 있던 생명의 관계가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죄로 인해 인간 세계에 들어온 것으로, 죄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이 죽음이고, 육신의 죽음은 영적인 죽음의 결과이다.

하나님께서는 범죄한 즉시 사람에게 가장 완전한 의미의 죽음을 내리실 수 있었으나, 보통 은혜를 통해 죄와 죽음의 작용을 제한하셨고, 예수 그리스도안에서의 특별 은혜를 통해 죽음의 세력을 정복하셨다.

신자들의 죽음에서 형벌의 요소가 제거된 것은 분명하다. 모든 죄를 완전히 용서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코프는 신자의 죽음을 ‘성화를 위해 정해 두신 형벌의 극치’로 간주되어야 함을 말한다. 신자들의 죽음은 영혼의 성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죽는 즉시 온전케 된 의인의 영들이 된다(히12:23, 계21:27). 그리스도께서 고난과 죽음을 거쳐 그의 영광에 들어가셨던 것처럼 신자들 역시 성화를 통해서만 영원한 상급을 받을 수 있다. 신자의 죽음은 성화의 완성이다.

칼빈이 경험한 죽음에 대해서 슬픔을 다룬 방식과, 죽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다룬 방식에서 배우는 것은 ‘이런 슬픔이 만사를 하나님께서 주관하고 계신다는 믿음과 갈등하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분명히 칼빈은 슬픔을 드러내는 것, 즉 인간의 감정이 타당하다는 것을 옹호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감정에 압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칼빈은 말한다.

그 슬픔과 애통은 적당한 한계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절제를 말한다. 절제가 죽음 이후의 영원한 생명에 초점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는 이 관점이 칼빈 사상의 근간이다.

존 오웬의 죽음에 대한 이해 -

“죄인의 죽음이 아니라 죄 죽임”

오웬의 초점은 거룩한 죽음에 있기 보다는 거룩한 삶에 있었고, 죄인들의 죽음보다는 ‘죄 죽임’에 관심이 있었다.

셀더하위스박사는 오웬이 전제하는 네가지 사실을 말한다.

사단이 죽음의 권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불안과 어려움이 가득 찬 삶을 산다는 것, 이 상태로부터의 구원은 메시야로부터만 기인한다는 것, 메시야가 이를 위해 고난을 당하셨다는 사실이다.

오웬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초점은 그리스도의 죽음에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말해 주고 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의 삶을 살수 밖에 없는 인간의 구원을 위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고난과 죽음을 거쳐 그의 영광에 들어가셨던 것처럼 신자들 역시 성화를 통해서만 영원한 상급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신자의 죽음은 성화의 완성이라는 이 위대한 사실의 근거! 그리스도의 죽음은 가장 강력한 이러한 사실의 근거가 된다.

신자에게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대하여 오웬은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은 신앙의 결여와는 전혀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연의 해체에 대한 혐오일 뿐이며, 심판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나 죄인들이 될 수 있는 대로 죽음을 무시해 보려고 애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한다.

더불어서 오웬은 현세적 죽음과 영원한 죽음을 구별해 말하며, 그리스도께서 신자들을, 삶이 끝나고 죽음의 상태에 있게 되는 현세적 죽음과 하나님의 자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영원한 죽음 모두로부터 자유하게 하셨다는 의미에서의 구원의 온전함을 설명한다.

리처드 백스터의 죽음에 대한 이해 -

“성도들의 영원한 안식, 그러나 싫은 것”

셀더하위스박사는 리처드 백스터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설명하면서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죽기 싫어함”에 대해 강하게 언급함을 말한다. 그리스도인에게도 죽기를 싫어함이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있음을 백스터는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전술한 바와 같이 칼빈 에게도 있었고, 오웬에게 있었던 바와 동일한 것이다.

백스터에 있어서 죽음에 대해 진전된 이해는 “평화로운 죽음을 위한 지침들”로 표현될 수 있겠다. 셀더하위스는 이 논의를 백스터의 논의의 전형으로 여긴다.

“평화로운 죽음을 위한 지침들”은 본래「실천적 신학」이라는 제목의 책 안에 “나이 든 사람들과 연약한 자들과 병든 자들을 위하여”라는 장으로 출간되었던 것이다. 이 장르는 ‘죽음의 기술’이라는 장르인데 영어로는 ‘잘 죽는 기술’(the art of dying well)로 불리 우고, 이렇게 개혁된 ‘죽음의 기술’은 자카리우스 우르시우스나 윌리엄퍼킨스 같은 다양한 칼빈주의자들과 청교도 저자들에 의해 제시된 바 있다.

셀더하위스박사가 살펴보았다는 리처드백스터의 지침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평안하거나 평화로운 죽음을 위한 지침들”에 있는 내용이다.

“마치 병이 실제보다 더 큰 악인 것처럼 오해하지 말라. 오히려 죽음이 그런 적절한 선구자나 전조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큰 자비인지 주목하라. 하나님은 우리를 데려가시기 전에 우리를 세상에서 약화시키고 기꺼이 이 세상을 떠나게 하려고 병을 사용 하신다”(지침2).

“병이 누구의 전령이며, 당신을 죽도록 부르신 분이 누구인지 기억하라. 우리에게서 생명을 빼앗아 가시는 분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시며... 우리에게 영생을 주기로 약속하신 것과 동일한 사랑으로 우리에게 사망과 병을 보내셨다. 그분이 우리가 불평 했던 많은 고난에 대해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이것을 또한 우리의 선이 되게 바꾸실 수 없을까?” (지침3).

“믿음으로 당신의 ‘죽으시고 장사되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고 영화롭게 되신’ 주님을 바라 보라. 어느 것도 죽음을 이기신 그분을 믿는 생각보다 죽음의 독과 공포를 더 강력하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없다”(지침4).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복 받은 천사들과 성도의 무리를 보라. 그들이 받은 복과 즐거움을 기억하라. 그리고 당신이 그들과 같은 무리에 속해 있으며 그들과 함께 계수 될 것임을 기억하라” (지침7).

성령님을 마음에 모시지 못한 결과로 영생에 대한 갈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목회 적 질문에 8번째 지침인 ‘실천적 삼단논법’이 답이 될 수 있다.

1.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려고 하는 자신의 열망을 바라보면서 의심과 싸울 수 있다.

2. 이런 열망은 우리 마음에 계신 성령님으로 부터만 올 수 있는 것이다.

3. 따라서 거룩한 삶의 증거로 우리 마음 안에 성령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