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온 지면을 쓸어버리는 물의심판이 시작되었다. 땅에서 깊은 샘물이 터져나오고, 40주야의 장마로 말미암아 홍수가 났고 높은 산들이 물에 잠기고 파도가 출렁이는 그야말로 온 천지가 물로 뒤덮이는 사건이 성경에서 말하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이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들을 벌하기에 앞서 의인들인 노아의 가족과 이 땅에 창조하신 창조물들을 보존하기 위해서 성경의 말씀대로 살아있는 짐승들을 종류대로 차례차례 방주 안으로 들여보내고 노아의 자녀들 부부와 노아 내외가 방주 안으로 들어갔으며 하나님은 마지막으로 방주의 문을 친히 닫으셨다.

구약 창세기 7장과 8장은 노아와 그 가족들이 홍수를 피해 말씀대로 큰 방주를 짓고 방주 안으로 피신하여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40주야 비가 내렸고, 온 땅이 홍수로 잠겼으며, 110일 동안 방주는 바람이 부는대로 떠돌았고, 150일에 걸쳐서 물이 빠지다가 70일 간 땅이 굳어지니, 근 377일 동안 방주 안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고 그 오랜시간을 어떻게 버텨 내었을까?

지난 3월 20일 켈리포니아 주지사의 행정명령으로 집에 갇힌지 한달하고 25일이 지났다.

미국의 방역과 의료당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제한된 좁은 집안에서 활동해야 함이 참으로 고통스럽다.

무척이나 활동적인 산악회 친구들은 벌써 토요일 마다 용기있게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누구보다도 바이러스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나 자신으로서는 산우들과 함께 행동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과감하고 용기있게 도전하며 살아가야 함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상대가 인류사상 처음으로 경험하는 괴상한 바이러스인 만큼 불나비가 불속을 뛰어드는 무모함으로 자녀들과 지인들의 염려거리가 되어서야 쓰겠는가?

구약 창세기에 기록된 노아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노아의 방주에는 방주를 나아가게 하는 돛이나 추진 장치가 아예 없었고 방향을 제어하는 키조차도 없었다.

사방팔방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거라곤 오직 방주 하나만이 갈팡질팡 외롭게 떠있었던 것이다.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언제까지 가야하는 건지 아무런 대책 없이 자그마치 377일을 떠다니는 보트피플의 유랑신세가 아니었던가?

물이 빠지면서 방주는 아라랏산 꼭대기 인근에 기착하게 되었는데 방주를 나오기 전 땅이 굳었는지 알기위해 노아는 일차적으로 까마귀를 내보내고 순차적으로 2회에 걸쳐 비둘기를 내보내어 방주에서 나갈 시기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어쩌면 구약시대의 이야기가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과 이렇게도 동일할 수 가 있을까?

바이러스로 인하여 집안에 갇힌 우리가 훌훌털고 세상을 향하여 안전하게 나갈 시기가 언제일지 노아가 까마귀와 비둘기를 날려보내 조심스레 살폈던 것처럼 아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일년여 동안 방주에 갇혀있던 노아와 그 식구들이 방주를 열고 나가기까지 감당해야 할 심적 고통이 얼마나 많았을까?

또한 수많은 동물들과 함께 그 지옥같은 방주 안에서 끓어오르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하였을까?

노아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조심스럽게 실험동물을 대신 날려 기상데이터를 수집, 판단자료로 삼아 적절한 시기를 택해 새로운 세상에 나와 안착했던 것처럼, 현재 우리에게 남겨진 하나의 과제는 안전하고 성공적인 안착을 통하여 코로나 이후의 새롭게 바뀌어진 세상의 제도와 환경에 대비하여야 하고 갑작스런 코로나의 충격으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심리적 갈등들도 훌륭하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새로운 변종코로나 바이러스가 남긴 흔적과 경험을 우리는 면밀하게 검토하여 이후에 다시 밀어닥칠 제2, 제3 악성 변종바이러스의 출현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한다.

중세 흑사병의 시대에서나 전해들었던 소설처럼 길가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죽어나갔고 넘쳐난 주검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실들을 현실에서 생생하게 듣고 경험하게 되었다.

이처럼 지긋지긋한 변종코로나바이러스의 발자취는 우리 인류가 지구상에서 멸절(滅絶)될 수도 있다는 불길한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우주여행을 하고 인공지능 로보트와 첨단생명과학을 구가하고 4G를 지나 5G의 세상을 살아가는 21세기 인류에게 불시에 찾아온 보이지 않는 변종코로나의 무서운 위력은 21세기 방주처럼 우리들을 집안에서 머물게 하였고 언제 그칠지 모르는 코로나의 홍수에 갇혀 뚜렸한 해법도 없이 기약 없는 방황을 하고 있다. 하나님은 코로나 방주의 문을 언제까지 닫아 두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