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교수 (한세대학교)
본회 지도위원
 
필자가 최근에 쓴 소설 '바깥 사연들'의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전도를 하면서도 자신은 세례를
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성경에 나오는 아벨의 문제에 대해서 아직 납득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분이었다.
성경은 아벨에 대해서 그가 믿음의 사람이었음을 증거하고 있다.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
림으로 의로운 자라 하시는 증거를 얻었으니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거하심이라 저가 죽었으나 그 믿음
으로써 오히려 말하느니라" (히 11:40) 하나님께서 왜 아벨의 제물만을 열납하시고 가인의 제물은 받지 않으셨
는지 알 수는 없으나 아벨이 하나님의 마음에 드시는 올바른 제사를 드렸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벨이 가인보
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려서 얻은 것은 결국 무엇이었던가? 성경은 아벨의 성공이라든가 행복에 대해서
아무것도 재시하지 못한다. 아벨이 의로운 제사의 대가로 얻은 보상은 오직 죽음뿐이었던 것이다." 가인이 그
아우 아벨을 쳐 죽이니라"(창 4:8)
 
필자가 소설 '바깥 사연들'을 쓰면서 이런 의문을 제기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필자 자신이 바로 그 고난과 죽음
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독교인의 가정에서 태어났으면서도 교회 밖에서 떠돌고 있던
필자는 기이하게도 바로 그 고난때문에 교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내가 위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 언제 또 재
발할 지 모른 채 항암치료를 받고 있을 때 그 아내를 위해 기도하면서 필자는 다시 성경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
다. 그 경우 고난은 내게 행운이었다. "고난 당하는 것이 내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
었나이다" (시 110:71)
 
그러나 회개를 하고 교회로 돌아와 열심히 성경을 읽고 봉사를 하는데도 고난은 여전히 계속 되었다. 필자는 이
것을 하나님께서 그 자녀로 하여금 바른 길로 가도록 인도 하시는 불기둥이라고 생각했다.
"주께서 너희에게 환난의 덕과 고생의 물을 주시나 네 스승은 다시 숨기지 아니하시리니 네 눈이 네 스승을 볼
것이며 너희가 우편으로 치우치든지 좌편으로 치우치든지 네 뒤에서 말소리가 네 귀에 들려 이르기를 이것이
정로니 너희는 이리로 행하라 할 것이며"(사 30:20~21)
 
그러나 진로의 선택과 관계없는 고난도 계속되었다. 필자는 다시 이것을 연단의 과정이 라고 해석했다.
"너희 믿음의 시련이 불로 연단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실 때에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하려 함이라"(벧전 1:7)
그러나 비록 그것이 연단의 과정이라 하더라도 고난은 너무 끈질기게 계속되었다.
제법 만사가 순조롭게 되어가는 듯 하다가는 또 어느 새 뜻밖의 일을 당하여 허둥거리고 너무 견디기가 어려워
서 뒹굴며 부르짖다가 다시 고난의 이유를 생각했다.
"네가 보행자와 함께 달려도 피곤하면 어찌 능히 말과 경주하겠는냐 네가 평안한 당에서는무사하려니와 요단의
창일한 중에서는 어찌 하겠는냐" (렘 12:5) 즉 하나님께서는 그 분이 택한 경주 자로 하여금 끝까지 선전하여 이
기도록 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채찍질을 하시는 것 같았다.
 
어쨋든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그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통을 주시는 분명한 이유를 깨닫지 못하고 있던
중에 미국에 가서 디즈니랜드를 구경하다가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디즈니랜드에 가면 우선 줄을 서는 것부터 배원야 한다. 뜨거운 한 여름에도 미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오
는 관광객들 때문에 모험의 나라, 유령의 나라, 해적의 나라... 등, 줄을 서야 한다. 겨우 차례가 되어 롤러 코스
터를 타고 들어가면 맹수와 유령과 해적들이 좌우에서 튀어나오고 아이들은 무섭다고 소리를 질러댄다. 한 시
간 넘도록 줄을 서서 경우 몇 분의 구경을 하고 밖으로 나오면 부모들은 무섭다는 아이들을 이끌고 또 다른 줄
로 가서 땡볕 아래 아이들을 세우는 것이다.
부모들이 그 자녀에게 하나라도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극성은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언
젠가 어린이 대공원 뒤의 미술관에서 고구려 벽화전을 할 때에 부모들이 아직 초등학교에도 못 들어간 코흘리
개 아이들을 차에 태운 채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것을 보았다. 어디 그뿐이랴?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집
트의 유물, 아즈텍 문명, 심지어는 운보 김기창의 그림까지 보여주려고 얼마든지 줄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연상하면서 필자는 비로서 하나님께서 그 자녀들에게 끈질기게 고난을 주시는 이유에 대해서 이해
하게 되었다.
 
세상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도 역시 그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공부가 될만한 것이라면 닥치는대로 보여
주고 싶어하시는 극성스러운 아버지라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하물며 고통과 고난같은 것은 천국에
없는 구경거리이다. 하나님은 천국에 없는 것들을 다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셨고 무섭다며 발버
둥치는우리를 사정없이 구경거리 속으로 들여보내시는 것이다 그런 구경거리들 중에서도 가장 하이라트는 바
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천국에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 자신도 구경하실 수 없는 놀라운 드라
마인 것이다.
하나님은 그 사랑하시는 자녀들에게 이렇듯 다양한 학습의 코스를 준비하시고 우리를 그 현장에 입장시키신다.
그 드라마가 얼마나 볼 만한 것인지는 모르나 입장권을 손에 든 우리는 죽음의 동굴로 들어가는 롤러 코스터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공포와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디즈니랜드에 간 아이들이 무서워하면서도 부모
의 손을 잡고 함께 들어가기 때문데 안심을 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두려움을 달래주시기 위해서 우
리의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하신다. "오직 우리가 천사들보다 잠깐 동안 못하게 하심을 입을 자 곧 죽음의 고난받
으심을 인하여 영광과 존귀로 관 쓰신 예수를 보니 이를 행하심은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을 위하
여 죽음을 맛보려 하심이라"(히2:9)
 
이렇게 연속되는 이생의 고난에 대해서 천국에 없는 것을 우리에게 모두 보여 주시려는 하나님의 극성으로 이
해하게 된 필자는 비로소 아벨이 의로운 제사를 대가로 받았던 상급이 무엇이었던가를 깨닫게 되었다. 아벨이
받은 큰 상급....그 상급은 바로 자녀를 극성스럽게 사랑하시는 하나님 그분이었던 것이다.
"두려워 마라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