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호스피스 병동 24시’를 읽고 *
올 가
제12기 교육생
호스피스 사역에 대한 책 '병동 24시'를 읽었습니다. 독후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그동안 내가 호스피스 봉
사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평상시 저는 시간만 있으면 간호와 돌봄을 좀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
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호스피스 봉사는 어지간한 헌신과 희생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알았습니
다.
제가 호스피스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선교회에서 전도사 사역을 해 보니까
거기엔 환자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공장에서 힘들게 일을 해서 병이 난 경우도 있고 사고 났기 때
문에 다친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사역하는 선교회는 특히 의료서비스를 잘 하기 때문에 저도 병원에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사람이 아프거나 다쳐서 입원을 하면 제가 병문안을 가서 필요한 봉사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통역입니다. 환자는 자기 상태를 모르고 불안하고 있고 의사 선생님이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하시는 것은 보통 일
이 아닙니다. 그러한 상황을 풀어 줄 때 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음식 문제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밥을 먹는데 러시아 사람들은 빵, 감자, 고기를 먹습니다. 외
국인들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도 먹는 것이 불편한데 병원에 있게 됐을 때 밥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
르겠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대로 내가 그들에게 먹는 것을 드립니다.
그리고 다음에 내가 옆에 있고 위로해주며 잘 될 거라는 격려를 해주면 환자가 빨리 낫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그
러한 경험이 있어서 호스피스 봉사도 당연히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
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호스피스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프고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지만 나아질 가능
성이 높은 환자와 반드시 죽어야 하는 말기 환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환자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려
주고 고난 그 다음에 회복의 축복을 바라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암 환자에겐 그런 미래가 없습니다. 죽음과 일대
일 만남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무슨 봉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죽음의 경험
이 없는 내가 말입니다.
그래서 교육을 받을수록 책을 읽을수록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암 환자에게는 구제(救濟)적 도움보다는 진심으
로 깊은 사랑과 자신이 낮아져서 주는 섬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봉사자의 간증을 읽으면서 나
도 그렇게 해 드릴 수 있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나에게는 그러한 사랑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힘주시는 대로 봉사하면 반드시 감당하게 될 것임도 믿습니다.(빌 4:13)
호스피스 사역에 대한 생각 중에 하나는 호스피스 사역의 순수함입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는 하는데 그의 마음속에 여러 동기가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복음을 전도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높여주
는 동기가 첫 번째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교회가 커지고 현금이 늘어나고 사역자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
도 사역의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호스피스 사역은 그런 동기와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영혼을 돌봐주는 선배님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그분들은 사역을 열심히 해도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습니다. 암 환자 덕분에 교회 출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헌금이 늘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크게 인
정해 주지도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을 위해서만 사역을 하는 것이 얼마나 순수합니까?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복음 전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사탄이 가지려고 하는 영혼을 마지막 순간에라도 사탄의 손에서 빼앗는 일은 정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인
것입니다.
저도 교육을 마친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성역에 열심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올가님은 러시아인으로써 서울신학대학교 재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