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심한 무력감에 휩싸여 있다. 아프칸 피랍사태 때문이다.
아무리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도 전투 병력도 아닌 순수 봉사자들을 과연 그렇게 무자비하게 납치할 수가
있는 것이며, 더구나 살해까지 할 수가 있단 말인가? 40여일 만에 석방의 소식을 듣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
지만, 그동안 선한 동기에서 뛰어들었다가 불행을 당했던 피랍 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해 볼 때 너무도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어떤 이는 행복감에 젖어서 식사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인질들과 그 가족들이 생각나서 하
던 일을 멈추고 한참을 울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또 한 가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현상이 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비록, 일부이
긴 하지만 왜곡이 지나쳐서 마치 광신도 취급을 하며 증오적인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사
태와 관련한 인터넷 댓글을 읽어 보다가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아예 컴퓨터를 꺼버리기를 몇 번씩이나 하였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고통 하는 형제들인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악의(惡意)적 일수 있을까....)
이러한 분위기는 보편적 사고를 가진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신앙세계 안에서는 결코 우연은 없다(마10:29).
따라서 여기에도 분명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여기에서 우선, 우리는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동안 교회가 사회와 너무 거리를 두고 지내온 것은 아닌가? 함이다. 어떻게
보면 고립된 느낌을 가지게도 한다. 어찌된 일일까?
한국교회는 기독교 역사상 유래를 볼 수 없는 짧은 기간에 급속 성장을 이루었다고 한다. 국민의 4분의 1이 기
독교인이라고 한다니 그만큼 영향력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정말 감사한일이다. 하나님의 축복이기 때문이
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입장에 따라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수도 있다. 교회는 그것도 의식을 해
야 한다.
그런가하면 사회는 힘이 커진 교회에 대하여 이 시대의 선한 사마라아인이 되기를 당연시 하며 요구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요구에 대하여 교회가 외면 내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준다면, 사회는 거대한 이익집단의 출현으
로 이해하고 경계하며 강한 반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던 중 교회에 어떤 취약점(제도와 문화의 차이 혹은 실수...)이 드러날 경우, 기다렸다는 듯이 그 동안 쌓여
있던 반감을 쏟아 붓듯이 성토(聲討)를 하곤 하는 것이다. 요즈음 인터넷상으로 떠다니는 반(反)기독교적 사이
트와 이번 아프칸 사태와 관련된 네가티브한(negative) 분위기도 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해결점은 무엇일까? 관계의 회복이다. 근본적으로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이것부터 회복해야한다.
혹자는 “기독교가 사회에 해악을 끼친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는가?”고 반문한다. 이 문제를 이처럼 경직된 사고
로만 일관한다면 교회를 사회단체중 하나로 스스로 격하(格下)시키는 것이고, 어쩌면 영원히 해답을 찾지 못할
는지도 모른다.
교갱협 옥한흠 목사는“모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기독교를 적대시하는 사람들까지 넓은 품으로 포용해
그들의 오해가 풀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의 언행심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 하나님께 영광이다(고전10:31).
그런데 주님은 우리 뿐 아니라 놀랍게도 이방인(세상)으로 부터도 영광을 받고 싶어 하신다. 그래서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서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하셨다.
따라서 우리가 주님의 의중(意中)을 제대로 읽고 그것을 이루어 드리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이것이 진짜 전도
임), 주님이 구체적으로 제시하신 방법 그대로를 실천해야 한다. 그것은 착한 행실이다. 절대로 세상과 대립각
을 세워서는 안 된다. 뱀의 지혜가 필요하다.(마10:16)
 
알파와 오메가 되시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는 역사적 종교다. 따라서 교회는 개인 영혼구원의 종교적 사명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윤리 도덕적 즉, 역사적, 사회적 기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3.1운동 시 민족적 아픔의 현
장에 기꺼이 몸을 던졌던 교회들을 보라. 요즈음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적은 숫자를 가지고도 교회의 지도자들이
얼마나 존경을 받던 시대인가?
성장이니, 축복이니 하는 것을 노래하는 데는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롬1:14). 이것
을 이해치 못하면 교회는 커지면 커질수록 안타깝게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점점 더 고립되어 일찍이 예
언하신대로 천덕꾸러기가 될 공산이 크다(마5:13). 이것은 결코 주님이 원하시는 바가 아니다. “너희는 세상의
(마5:14)....”하시는 말씀에 근거하여 관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상에 있는 교회는 세상과 대화해야 한다. 그
방법은 종교의 특성상 ‘섬김과 나눔’이다.
우리는 머리가 되기를 원하지만 머리에 대한 오해부터 버려야 한다. 주님이 원하시는 머리는 통치 수단으로써
의 머리가 아니다. 섬김을 위한 도구이어야 한다. 마치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막10:45).... 주님은 신의 아
들(요한복음 주제)이면서도 인간(누가복음 주제)이 되셨고, 유대 왕(마태복음 주제)이시면서도 실제로는 종(從
)(마가복음 주제)으로 살다가 가셨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존경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가 이걸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의 가슴은 뜨거워져야 한다.

지금 이 시간도 얼마나 많은 교회들이 받은바 은혜에 감사하면서 물질로 혹은 몸(땀)으로... 대(對)사회 봉사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지 모른다. 참으로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반(反)기독교적인 정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론으로 말하자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들을 하고는 있지만 질(質)이나 양(量)적인 면에서 아직도 이 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아주 확실한 대안 하나가 있다. 호스피스 활동이다.
‘긴병에는 효자도 없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렇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짐은 본인이나 가족 만으로서는 감당하
기가 너무나도 버겁다. 본의 아닌 불효자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는 없다. 점점 더 모래알같이 변해가는 요즈음
의 가족문화를 놓고 볼 때 더 더욱이나 그러하다. 본인도, 가족도 더 이상은 어찌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어떤 댓가를 기대하지 않고 십자가의 도(道)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시대의 ‘선한 사마리아인’(눅10장)이다.
사회의 일부가 교회에 대하여 아무리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자신들도 회피하고
싶어 하거나 엄두를 못내는 일을 자원(自願)하여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호스피스들’앞에서는 무슨 할 말이 있
겠는가?
따라서 우리가 선한사마리아인의 정신에 정말 충실하게 임할 수만 있다면, 교회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바꿀 수 있음은 물론, 거친 비난도 얼마든지 잠재울 수 있다. 오히려 주님이 그렇게도 바라시는 ‘세상으로 부터
도 영광을 받으시는 일’에 확실한 수단이 될 수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호스피스들의 긍지(矜持)는 대단하다. 이것은 자기 의(義)로 가득 찬 교만함이 아니라 자기 정
체(正體)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교회의 자존심이 깊게 상처를 입고 있는 안타까운 요즈음의 분위기에서 “교회는 결코 그런 곳이 아니다”고 당
당하게 반론(反論)을 펼 수 있게 하는 것이 호스피스다.
호스피스는 교회로 하여금 선한사마리아인으로써의 긍지를 되찾아 오게 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