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매스컴을 통해서 비쳐지는 폭력조직은 무섭다. 거구들에다가 살기어린 눈빛,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이 무서 운 문신들을 하고 있다. 멀리서만 보아도 위압감을 지나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소위 보스(boss)들의 체구가 생각보다 그리 크질 않다는 것이다. 주먹의 힘으로 자리를 결정하 는 무서운 폭력 세계에서 정상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체구가 평범하다니...좀처럼 이해가 쉽질 않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보스는 아무리 체구가 작아도 한번 싸움이 붙으면 “나는 네 손에서 죽을 각 오가 되어 있다.”며 악착같이 덤벼든다. 좀처럼 죽음을 무서워하질 않는 것이다. 여기에 비해서, 비록 몸체는 크다고 해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으면, 어느 선(線) 까지는 버티겠지만 생 명의 위협을 느끼면 곧,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무릎을 꿇는다. 죽음이 무섭기 때문이다. 정말 무서운 사람, 강한 사람은 덩치가 큰 사람이 아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다. 바울은 무서운 사람이다. 그는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전 15:55)고 하였다. 사단이 쥐고 있는 최대의 무기는 죽음인데 그 죽음이 무섭질 않은 것이다. 오히려 한번 붙어 보 자고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물론, 부활을 믿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흔히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게 없다’고 한다. 바울이 그토록 통 크게 살다간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일반적으로 비춰지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약한(?) 모습일 수 있다. 이해관계 혹은 감정의 골이 생겼을 때 극한 적인 대립보다는 될 수 있는 한, 참고 인내하면서 많은 부분을 양보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자칫 약골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해이다. 약골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강골이기에 가능한일이다. 따지자면 기독교인만큼 강한 사람들도 없다. 이미 인생 최대의 난제(難題)인 죽음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믿는 기독교인들은 이미 엄청난 것(죽음으로부터 자유)을 얻었기에 하위(下位)에 속한 것들을 상대화 시킬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 하나 있다. ‘죽음에 대한’ 관념상 이해와 실제와의 사이에는 상당한 거 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죽음을 관념적으로만 이해하고 아무 준비(연습) 없이 지내다가 정작 그 입장이 될 경우, 사람들은 크게 당황하기가 쉽다.   가끔은 사역의 보람을 묻는 이들이 있다. 그때마다 “죽음의 공포로 짓눌린 모습으로 입원하신 분들이 복음 안에 보장된 참 자유를 누리면서 안정을 취하며 지내시다가 평안함속에서 임종하는 것”이라고 답을 한다. 그렇다. 호 스피스사역 최대의 보람은 평안한 죽음을 지켜보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나도 죽을 때 저분처럼만 죽을 수가 있다면 좋겠다.” 하는 소원을(기도를 겸하여) 하게 된다. 이러한 확인과정의 회(回)가 거듭될수록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던 죽음 에 대한 부담(두려움)도 차츰 사라져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도 모르게 강하여 가는 것이다. 신생아의 탄생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산모의 영양 섭취, 정서적 안정. 심지어는 태교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 성을 기울인다. 마찬가지로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아니,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탄생이 시작이라면 죽 음은 완성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호스피스 현장만한 곳이 있을까?   혹자는 ‘죽음이라는 주제가 왠지 삶을 위축시킨다.’라고도 한다. 적어도 피상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 나 실은 그 반대이다. 호스피스들은 죽음을 이야기 하면서 역설(逆說)적으로 삶에 대한 강력한 에너지를 경험하 곤 한다. 이건 확실히 신비(神秘)다. 호스피스들이 받는 영적인 축복이며 가장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