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폐암 말기로 고통중인 한 성도 가정을 심방했습니다. 결혼 때부터 폐에 문제가 있어서 금방 그것이

암으로 악화되었습니다.

질병으로 인해 마음 문을 꽉 닫혀 있었고, 삶의 의욕도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 번 심방 때에도 이불을 뒤집어쓰

고는 얼굴도 보여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섬기던 교회의 호스피스팀의 소개로 비봉면에 있는 말기 암 환자 쉼터인 '로뎀나무'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 쉼터에 들어간 이후로 이 분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례를 받고 싶

다고 부인되시는 집사님을 통해서 연락을 해 왔습니다. 물론 그 쉼터를 섬기시는 목사님이 계시지만, 제게 세례

를 받고 싶다고 요청해 오셔서 제가 기쁘게 응락했습니다.

부인 집사님과 구역장님, 호스피스팀원들과 함께 1시간 40분이 걸려서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밝

아진 표정으로 저희를 맞아주셨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세례예식을 거행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가 체험

되어지는 세례예식이었습니다.

찬송을 부르면서 모두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례를 주기 위해서 서약을 했습니다.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롬10:10)'는 말씀에 의지하여 이 성도님은

"네, 믿습니다, 네 서약합니다"를 힘차게 외치셨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세례를 드렸습니다.

세례식을 마치고 난 이후에 예식에 참여한 분들 모두와 함께 허깅(hugging)을 했습니다.

그리고 부인 집사님을 한 번 안아 드리라고 했더니 조금은 어색하게 안으셨습니다.

부인되시는 집사님께서 얼마나 감격스러워 하시던지요. 보고 있는 저희 모두도 그 감격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 준비해간 꽃다발도 전해 드렸습니다.

꽃다발보다 어색해하면서도 기뻐하시던 그 분의 미소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섬기시던 목사님과 저희 일행이 쉼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참 귀한 섬김을 실천하시는 분이신데, 성함이 김승주 목사님이십니다.

목사님께 요즘 걱정이 하나 있으시답니다.

저희가 쉼터까지 찾아 들어가는 길이 아주 좁은 도로여서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안에 그 길이 8m짜리 소방도로가 된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이제 땅값이 오를 것 같다고 기뻐하는데, 오히려 목사님은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왜냐하면 말기

암 환자들은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차가 많아지고 시끄러워지면 불편해하시

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