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삼용 목사 (안양제일교회)
안양시 시목회장
본회 이사장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는 "역사는 탁월한 인류의 역사를 망각 속에서 구출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
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라고 쓰이는 'history'는 조사 연구된 자료를 가리키는 것이고 독일어로 'geschichte' 는 발생된
모든 사건을 총칭하여 역사라고 정의합니다.
이렇게 볼 때 지난 4년 동안 안양호스피스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총칭하면 'geschichte' 이고, 오늘 우리에게
보고된 간략한 역사, 조사화 된 역사는 'history' 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Heilsgeschichte' 란 단어를 더 즐겨 쓰고 있습니다. 'Heilsgeschichte'는 '구속역사'를 가르키
는 것으로써 발생하는 사건 속에서 숨어 있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계시를 흔히 'revelation through history'와 'revelation in history'로 나누어 보는데, 전자는 발생하는 사건 모두
를 하나님의 계시로 보는 견해 즉, 모든 역사를 통해서 계시가 나타난다는 견해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패한 인간의 역사도 하나님의 계시인가?
우리는 이 말에 대해서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후자 즉 'in history'라는 말을 씁니다. 이 말
은 하나님의 계시가 역사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저지른 모든 사건이 다 하나님의 계시가 아니고 인간이 저지른 사건 속에서 숨어있는 하나님의 일부분의
뜻, 이것이 계시라는 것입니다.
 
우리 안양호스피스는 1998년 6월 22일 창립되었습니다. 그런데 뜻깊게도 4년 후 같은 날 바로 6월 22일 광주에
서는 월드컵 4강의 역사를 이루어 냈습니다. 우리는 우연찮은 이 시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스포츠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1988년 올림픽을 유치하였을 때 세계 사람들은 과연 한국이라는 분단된 작은 땅에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
까? 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경기보다는 한국을 관찰하고 싶은 심정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방문하여 보니 예의바르고 친절하고 질서가 바르고 깨끗하고 탁월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공
산권에 있던 많은 국가들이 70년 공산주의 체제에 회의를 갖게 되었고 2년 후에는 공산주의가 붕괴의 역사로 이
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88올림픽이 갖는 영적의 의미는 얼마나 컸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맥락으로 볼때에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올랐다는 사실 역시 이 사건을 통하여 이루시고자 하는 어떤 일
이 있으실 것입니다. 88올림픽이 공산주의를 무너뜨린 것과 같이 이 월드컵은 곧 이어서 남북통일을 반가운 소
식을 우리에게 들려주실 줄로 믿습니다.
 
오늘 본문은 "때가 아직 낮으매" 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스포츠를 통해서 일을 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하는 일을 통하여서도 큰 뜻을 이루어 가시
기 때문입니다.
2차 대전 전범국가 독일이 분단되는 것은 당연히 받아야할 벌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이 분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우리가 분단되는 것은 억울한 일입니다. 그런데 왜 독일이 먼저 통일이 되고 아직도 우리는 아닙
니까? 여기엔 영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독일은 교회가 통일이 되고 알게 모르게 동독에 대해서 엄청난 물량을
가지고..... 그러면서도 동독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양독 간의 가교역활을 잘 담당했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
국경지대에 하수도를 파는 데도 일부러 동독의 땅을 경유해서 파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동독에서 보상을 요구하
니까, 서독에서는 교회가 나서서 요구하는 보상금보다 몇 배를 더 주었습니다. 이것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동독주민들을 도와주는 그리스도 사랑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북한은 어떠합니까? 주지의 사실처럼 헐벗고 굶주린 동포들이 북녘 땅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돕는 일에도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저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줄 수만 있다면 통일은 그만큼 성큼 다가
올 줄로 믿습니다. 이 세상에 사랑만큼 위대한 힘은 없습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호스피스처럼 헌신적인 봉사자들이 많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호스피스 가는 길은 골고다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현재적 대가를 포기하고 봉사하는... 이런 일들이 자꾸 모아질 때 하나님께서
는 통일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
시편기자는 "포로된 동포들을 보내주실 때에 남방시냇물처럼 돌려 주소서"(시편 126:4)라고 하였습니니다. 여름
의 남방시내는 비가 오지 않아 바짝 말라있습니다. 그래서 초막을 짓고 농사도 하며 지냅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어 큰비가 오면 봇물처럼 한꺼번에 남방시내를 휩쓸어 가게 됩니다.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4강의 축복을
주신 것처럼 우리 민족의 통일도 어느 날 갑자기 남방 시냇물의 봇물이 터지듯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기적 같은 '4강의 신화'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생각할 것은, 이것을 하나의 스포츠로만 즐길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속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계
시는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IMF 등을 통하여 보여준 사회를 향한 교회의 섬김들을 지켜보셨고 이러
한 의미에서 우리 안양호스피스는 하나님께서 세운 통일계획의 거대한 물줄기 중 한 가지로써 의미있는 봉사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향후 5주년 6주년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 안양호스피스로 말미암아 우리 민족에게 통일과 같은 큰 선물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과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의 사업도 줄기차게 전개해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
니다.
(설립 4주년 감사예배 및 쉼터 건립운동 발기대회 설교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