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1
본회 실무책임자1
지난 2월 18일 이후 우리는 일종의 정신적 공황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탄탄한 경제력과 과학, 그리고 발달된 문
화의 상징인 대 도시 지하철 안에서 파악도 제대로 안 되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정말 유령
처럼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실종자 가족 중 어떤 이는 "유골만 찾을 수 있어도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 아무리 서러워도 그렇지 순전히 자기 한 사람의 지병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에게 그토록 못된 짓을 할 수가 있
- 는 것인가?
- 아무리 화제가 무섭다고는 하지만 한꺼번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사라질 수가 있는 것인가?
- 이해를 하려고 해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신적 공황기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
- 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최악의 상황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가 있겠습니까?
 
1. 위로해야 합니다.
 
롬 12:15에서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 고 하셨습니다.
"하나만 데려가지 어떻게 두씩이나 데려갈 수 있습니까" 울부짖으며 화마(火魔)보다도 더 뜨거운 분노와 슬픔에
몸서리치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 지도 모르는 분노를 품은 채 거리를 배회하는 이들을 위로해야 합니다.
뛰어가서 자원봉사까지는 못하더라도 하다못해 ARS 한 통화라도 참여해야 합니다. 유령처럼 사라져 버린 가족
을 찾으며 끊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하는 이들을 우리는 사랑의 보자기로 감싸고 위로해야 하는 것입
니다.
 
2. 회개혜야 합니다.
 
본문은 예수님께서 마침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서 18명이 치어 죽은 사건과 관련,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
견에 대하여 책망하시는 내용입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 불행한 일은 다 죄 값이다." 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사고를 당한 사
람들은 상대적으로 아주 나쁜 사람이고 자기들은 "그래도 괜찮다."는 아주 웃기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주님의 생각은 사건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습니다. 지금 유대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죽은
자들에 대한 정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와 현실을 보는 올바른 시각입니다.
지난 2월 22일 S방송국의 한 시사 프로에서는 대구 사건을 평상시와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었습니
다. 화재사건 자체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원인, 즉 그럴 수밖에 없으리 만치 잘못되어 가는 우리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이었습니다.
우선 화재를 일으킨 사람에 대한 분석이 있었습니다. 그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인격장애
자라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부정적인 환경에 대하여 이를 수용할 만한 능력이 없는 자로써 반사
적으로 일으킨 반발행동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날로 심화되어 가는 양극화현상 때문에 이러한 소외계층
에 의한 모방범죄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진단 후 사회자는 "지금
우리 사회는 위기입니다." 라는 멘트로 프로를 마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진단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사건이 금방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하철에 불을 지르겠다." 고
협박하다가 잡혀온 사람이 있었고, 다중이 출입하는 장소 출입구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려다가 잡힌 사람' 도 있
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였다는 것과 하나
같이 분노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원한을 살만한 일도 없는데 이렇게 분노까지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곰곰히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비교 우위적 입장에 있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그러하지 못한 이들을 보면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될 것입
니다. 당연히 빚진 자의 마음을 가져야만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고에서 극적으로 생명을 구한 어떤 청년의 인터뷰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렇게 고통하는 이
들을 볼 때 저는 죄책감을 느낍니다."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이 불지른 것이 아닙니다. 방화범의 자식도 아닙니
다. 단지 불구덩이에서 자신만이 살아 나왔다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에 그는 미안스러움이 지나쳐 죄책감까지
느낀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는 매우 사려 깊고 정직한 청년이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사회적 약자가 된 이들 앞에서 우리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겠습니까?
빚진 자의 마음입니다. 우리사회가 지금처럼 계속 우생학적(優生學的) 논리로만 치닫고 있는 한 그 부정적 열매
는 여과 없이 고스란히 우리 모두가 떠 안아야만 한다는 것이 대구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핵심적 메시지인 것입
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방화범을 원망하고 기관사를 정죄할 것이 아니라 방화범이 그렇게 이 사회에 대하여 분노할 수밖에 없도록 무관
심 속에 방치하였던 이 사회가 먼저 회개해야 하는 것입니다.
회개와 더불어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섬김, 그리고 나눔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도 먼저 날로 심화되어 가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하
여 다시 한번 거듭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신호탄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