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승 주 목사 1
본회 실무책임자 1
 
아주 웃기는 청지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주인인 것처럼 재산을 마음대로 축내고 있었습니다. 꼬리
가 길면 잡힌다는 말처럼 이 소문은 주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드디어 청지기는 주인으로부터 "재무감
사를 할 테니 준비하라." 는 통고를 받았습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리에 앉아 있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즉 '이번 기회에 거래선들의 빚을 탕감해 주자. 그러면 나중
에 실직이라도 하게 되면 설마 그때 가서 나를 모른다고는 하지 못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분명 나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님은 그를 '지혜롭다' 고 평가하셨다 하는 점입니다. 그의 불의함을 칭찬하신 것이 아니라
비록 불의하기는 하나 삶의 지혜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가 평가받은 지혜는 무엇이었습니까?
 
1.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지혜
 
주인이 문제가 있다고 하였을 때 그는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는 비록 철없는 짓을 했어도 순진했
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불안해하는 이들에게는 평안을 줍니다.
그러나 때로는 골수를 쪼개는 아픔을 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때 우리가 취할 태도는 이를 시인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주님이 보신 청지기는 비록 불의하기는 하나 지혜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2.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지혜
 
청지기는 아무리 잘나도 역시 청지기인 것입니다. 감사통고를 받았을 때 그는 본능적으로 반발하거나 대항하지
아니하고 모든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불교나 기독교는 다같이 고도의 윤리성을 갖춘 '고등종교' 입니다. 그럼에도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너무나 뚜
렷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불교는 자력(自力) 구원을, 즉 도(道)를 닦아서 구원에 이른다는 구원관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기독교는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은혜의 종교인 것입니다. '나의 나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 임을 고백하는 종교입니다. 타종교인들이 기독교인을 '나약하다' 고 조롱하기도 합니다만 기독교인을 몰
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기독교는 '약할 때가 곧 강할 때"임을 경험하는 초월적 능력의 종교인 것입니
다.(빌 4:13)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1805년 10월 21일은 '불가능이란 없다' 며 호언장담하던 나폴레
옹이 영국 넬슨제독과의 붙은 트라팔카 해전에서 비참하게 완패를 당한 날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전쟁 직전에 나폴레옹이 범한 실수입니다. 그는 전쟁에 나가기 직전 "예배를 드리고 나가자" 는 참모들의 충언에
대하여 "예배는 무슨 예배? 전쟁은 내가 하는 거야." 하며 면박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쟁시작 몇 시간을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먹을 풀어놓은 듯 캄캄해지기 시작했고 이때를 타서 고도의 전술을
구사하던 영국군에 의해 그토록 철저하게 준비했던 장비들을 가지고도 손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참패할 수 밖에
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던 나폴레옹은 역시 어리석은 사람이었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청지기는 비록 불의
하기는 하나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3.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
 
청지기는 자신의 실직을 밤에 불을 보듯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깊이 고민하다가 지혜를 얻었습니다. 감사통고는
받았지만 아직 주인이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직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는 전관예우를 의식하며 '아직 힘쓸만한 때 힘을 쓰자' 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특별히 주목하신 부분입니다.
지나온 삶에 대하여 한(恨)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한만 품고 살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에게는 미래의 시간뿐 아니라 다가오는 내세의 영원한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들은 과거와는 비교
도 할 수 없이 중요한 시간들입니다. 이를 의식하고 준비하며 사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탈무드에 의하면 사람에게 끝까지 남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가족입니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가 되면 그래도 가족만한 존재도 없습니다.
둘째, 돈입니다. 매사에 돈, 돈 할 수는 없으나 기본적인 조건은 갖추고 사는 데는 적당한 물질이 필요합니다.
셋째, 선행입니다. 계 22:20에는 "각각 행한 대로 갚아 주리라" 고 했습니다. 선행은 세상 끝 날까지, 아니 하나님
앞에까지 따라갑니다. 따라서 지금의 선행은 그날의 내 인생 최종평가의 단서가 될 것입니다.
이걸 내다보고 준비하며 사는 자는 '지혜롭다' 인정함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식은 하지만 준비하지 않은
자는 '그렇지 않아도 불의한 인생에 지혜까지 없구나' 는 비참한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롬 3:10 에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 고 하셨습니다. 절대적 의미에서 의인은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
같이 죄인입니다.
하지만 비록 죄인이기는 하나 우리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지혜로운 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비록 불의하기는 하나 지혜로운 인생들이 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