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길을 묻는 그대에게

홍성욱 목사

(안양제일교회 담임)

북유럽 어느 지방에 할머니 한분이 있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평생을 같이 살았던 남편을 여의고 남겨진 유산으로 호숫가에 집 한 채를 짓고 관광객들을 대상으

로 하숙을 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며칠동안 그 집에서 머물

게 되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젊은이들은 호수에 놀러 가고 싶다며 할머니에게 장비를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이 호수에는 갑자기 돌풍이 일어나 배가 뒤집어 지는 사고가 있곤 했으니 하늘에 구름이 이상하게 변

하거든 빨리 돌아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장비를 빌려주었습니다. 청년들은 “할머니 염려하지 마세요. 우리

가 조심성 있게 주변을 살펴보다가 돌풍이 일 것처럼 보이면 즉시 돌아오겠습니다” 하고 약속을 하였고 배를 타

고 호수에 깊은 중심을 향하여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지났을 때 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서서 이들의

뱃놀이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반대편 하늘 끝에 주먹만한 구름이 하나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할

머니는 바로 이것이 폭풍이 몰려오는 전조인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할머니는 언덕위에 서서 그 젊은이들

을 향하여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은 너무나 깊이 호수의 중심으로 들

어갔기 때문에 할머니의 소리는 듣지는 못하였고 대신 잘 놀다가오라는 손짓인줄로 알았습니다. 그래서는 “예~

잘 놀다 올게요!”하며 손을 들어서 응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목이 터져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데도 이 젊은이들은 그 뜻을 알아채지를 못하고 있었고 구름은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10여분 뒤에는 이

것이 돌풍으로 변하고 저 젊은이들은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 할머니는 잠시 생각을 하시더

니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만 집에 불을 질러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년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자

기 집에 불을 질러 버린 것입니다. 이때 청년들의 눈에는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는 그 뒤로 불길이 솟구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청년들은 ‘아! 할머니 집에 불이 났구나. 우리에게 잘 놀고 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이 아

니고 도와달라는 소리구나. 빨리 가서 저 가재도구라도 건져주자 ’하고서 죽을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습니다. 그

래서 그들이 허겁지겁 달려와서 배에서 막 내리는 바로 그 순간과 거의 동시에 엄청남 폭풍우와 집채 같은 파도

가 호수를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젊은이들은 이미 잿더미가 다 되어버린 집과 바로 등 뒤에 폭풍이 일고 있

는 호수를 보면서 망연자실 하였고, 할머니는 울면서 웃고 있었습니다. 눈물은 자신의 전 재산인 집이 날아간 것

에 대한 아픔일 것이고, 웃고 있음은 자신의 손주뻘되는 젊은 생명 여섯을 구한것에 대한 감사의 웃음일 것입니

다.

그 다음날 신문에 할머니의 기사가 대서특필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한 행동을 가지고 토

론을 벌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참 훌륭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사람들은 참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배 타기 전에 신신당부한 것과 언덕에 서서 돌아오라고 외친 것으로 그 할머니가 할 도리는 다 한것이라는 것입

니다. 그들은 살려냈지만 할머니에게 돌아온게 뭐냐는 겁니다. 이제 할머니는 노인복지시설로 들어갈수 밖에 없

는 그런 운명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할머니의 행동에 대하여서 잘 했다, 잘못했다 하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할머니의 행동에 대한 판단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대략 3가지 종류의 인생관을 가지고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관은 향락주의적 인생관입니다.

‘ 인생을 사는 목적은 즐겁게 누리기 위해서’라고 서슴없이 말합니다. 기껏해야 7-80평생 사는데 즐겁고 행복하

게 살아야지 심각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이와는 반대되는 염세주의적인 인생관을 가진 사

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생자체를 어쩔 수는 없는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어차피 살아가는 인생, 자살할 수 없

으니까 비관적이고 은둔적으로 그렇게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뭐 굉장한걸. 주장하며 살지도 말고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사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자고 하는 그런 철학입니다. 세 번째는 봉사주의적인 인생관입니다. 즉 뭔가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바로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생각이고 오늘 건강한 지성사회 사

람들이 추구해야 하는 인생관입니다. 이 3가지의 인생관을 놓고 베이컨이라고 하는 영국의 철학자는 거미의 철

학, 개미의 철학, 꿀벌의 철학 이라고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13-14년 전에 영국에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학위를 했습니다. 그곳 생활에서 저는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 중에 하나는 병원제도와 교육제도였습니다. 지금 교회는 텅텅 비고 있지만 사회 곳곳에 기독교 정신은 살아

있습니다. 그중에서 기독교정신이 가장 잘 살아있는 것이 병원제도와 교육제도입니다. 영국 사람들은 이렇게 얘

기합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지만 병원과 교육에서만은 빈부격차가 있으면 안 된다’라

는 것이고 이것이 기독교정신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병원에는 1인실이 있고 특실이 있고 4인실, 6인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무슨 순으로 들어갑니까?

당연히 돈 많은 순으로 들어갑니다. 몸이 안 아파도 돈 많으면 얼마든지 특실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영국은 의사

가 정해줍니다. 재벌이 와도 “당신은 병이 경미하니깐 8인실로 가라, 노숙자가 와도 당신은 병이 중하니까 안정

을 취하라, 특실로 가라,”하며 의사가 그것을 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큰 충격 이였습니다. 또한 저는

거기서 만난 호스피스하는 분들을 통하여 호스피스의 근본정신에 대하여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즉 “모든 생

명은 하나님께로부터 와서 하나님께로 간다는...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마지막의 삶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그리스

도의 사랑을 실천할 수밖에는 없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이 호스피스운동은 철저히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봉

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 가는 길을 신앙으로 지켜준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일인지를 생각하며 크게 감탄

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마지막이 아름다우면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아름답게 지켜주는

일은 너무나 고귀한 생명을 주신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교학을 전공했습니다. 선교학적인 시각으로 볼 때도 이 호스피스 사역이야 말로 선교의 가장 유용한 도

구입니다.

영국이나 유럽사회의 대부분이 그렇습니다만 집안 식구 중에 한명이 자살을 하면 나머지 식구들은 정신과 의사

를 만나야 됩니다. 특별히 배우자가 자살을 했다고 하면 그 배우자는 의무적으로 의사와 몇 번 이상 정신치료 받

아야 됩니다. 그만큼 인간의 삶 중에 죽음이 가지는 충격은 엄청난 것입니다. 같은 의미로 가족 중에서 한분이

말기의 고통 속에 있을 때 모든 식구들이 가지는 그 초긴장과 각성은 엄청날 수밖에는 없는 것이며 이때를 선교

적 입장에서 보면 평생에 얻을 수 없는 선교의 찬스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때에는 우리가 굳이 예수의 “예‘

자를 꺼내지 않아도 그들은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예수님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호스피

스는 너무나도 귀한 사역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사역의 창립 8주년을 감사하면서 이 사역을 시작하신 분이 우리 예수님

이시고 이 사역을 이끌어 주신분이 우리 하나님이신 것을 고백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본문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본문 말씀은 “명절에 예배하러 올라온 사람 중에.”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20절에는 ‘명절에 예배하러

올라온 사람 중에 헬라인 몇이 있었다’라고 말씀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23절에서 “ 인자의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고 하셨습니다. 오늘의 용어로 바꿔 말하면 ‘자신이 죽을 때가 됐다’.는 것입니다. 무슨뜻입니까? 예수님

은 ‘주의 복음이 이방인에게 까지 나간 것을 보고 이제는 사명은 다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아신 겁니다. 그

래서 예수님께서는 24절에서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고 말씀하시므로 써 밀 하나의 원칙에 대하여 말씀하고 있습

니다.

왜 예수님은 여기서 밀을 비유를 들어서 말씀하셨을까요?

바로 이 밀이 예수님의 인생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밀 하나의 법칙을 통하여, 밀 하나의 기

적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시기 원하는 주님의 마음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첫째로, 인생의 가치는 죽음으로써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나의 구세주로 고백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분이 가르치는 말씀에 위대함 때문입니까? 아

닙니다. 그분이 우리의 모든 인류의 죄악을 대속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님의 인생

이 위대한 것은 그 분의 행하신 위대한 말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분의 위대한 죽음에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인생의 훌륭함은 그가 어떻게 죽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안중근선생, 이순신장군, 을지문덕 장

군, 그리고 주기철 목사님, 그 분들은 하나같이 평상시에 가르친 모든 가르침을 죽음으로 완성하고 죽으신 것입

니다.

오늘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이 이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밀 하나의 기적은, 밀 하나의 원칙은 그 생명이 어떻게 마감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호스피스선교회원들이 이 사역을 하는 그 가치도 바로 거기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분이 나름대로

70년 80년을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쓸쓸하게 마지막을 보내게 할수는 없다는.... 이렇게 고통속에 보낼수 없다

는.... 그런 긍휼의 마음으로 일을 하는것 아니겠습니까? 하나같이 죽음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의로운 일에 생명을 버림으로 영원한 참 생명을 소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25절에서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토록 보존

하리라”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 외에는 누구도 하지 못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더 위대한 것은 이

말씀을 실천한 분은 예수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논설을 우리는 패러독스(역설법)라고 말합니다. 이러

한 역설의 진리를 말씀한 분도 예수님 밖에 없지만 이것을 몸소 실천한 분도 예수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

주님의 구주성이 있는 것이고 우리가 이 사실을 통하여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굳게 믿게 되는 것입니

다. 이 할머니는 바로 이러한 위대한 일을 한것입니다. 자기의 몇 년 남지 않은 그 생명을 던지므로 젊은이 여섯

명을 구했으니 이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겠습니까?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 사건을 통하여 우리 가운데 의로운

일에 내 생명을 던지므로 영원한 참 생명을 소유한다는 것을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위대함이란 섬김으로 실현된다는 것입니다.

말씀을 마친 다음, 예수님이 제일 먼저 하신 사역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일입니다. 즉 예수님은 밀 하나의 기

적을 말씀하시고 곧바로 행동으로 보여주셨는데 그것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런 세

족식이 보편화 되어서 우리에게 크게 감격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만 그때의 상황에서 보면 이것은 가히 혁명적

인 사건입니다. 더 엄격한 개념인데 스승이, 랍비가 제자들의 발을 씻긴다고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 그런데 예수님은 특별히 가롯유다의 발까지 씻기셨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에 예수님을 부인하기로 예정

된 베드로의 발까지 씻기셨고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한 도마의 발까지 씻기신 것입니다.

섬김이란 가리는 것이 아닙니다. 섬김이란 내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호스피스사역이 귀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든 우리는 그의 임종을 섬기는 것.

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이 깃들어 있는 한 영혼을 있는 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죽음을 기다리며 두려움과 공포 속에 허덕이고 있는 한 영혼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혼이 하나님

손에 붙들려서 천국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섬기는 것 입니다. 예수님 우편의 강도를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얼마나 흉한 무도한 죄인이면 십자가에 달아 맺겠습니까? 그 당시에 로마의 권력자들은 예수님 명예를 깎기 위

해서 예수님이 그런 사람과 같다는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아주 흉악무도한 사람 중에서도 최고를 골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한 마디도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가 자신의 죄를 고백할 때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시며 흉악한 그에게도 구원을 허락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사실을 마음에 간직하며 십자가를 바라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교회 들어설 때마다 늘 보는

십자가는 우리 가운데 주님이 어떠한 삶을 사셨는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칼 바르트라고 하는 신학자는 십

자가를 볼 때마다 그리스도인이 두 가지를 기억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를 볼 때마다

첫째는 ‘저 십자가에 달려야 될 사람은 예수님이 아니고 자신이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아무 죄가 없

는 주님이 달리신 것은 내 모든 더러운 죄악을 감당키 위함이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나는 그만큼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 죽어서까지 살리실만큼 고귀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사는 나의 인생은 내 인생이 아니고 주님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것입니다.

꼭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봉사자 여러분!

여러분의 행하는 이 사역은 하나님 앞에서 너무나도 귀하고 아름다운 사역입니다.

오늘 이 밀 하나의 기적을 다시 한번 마음에 간직하시면서 여러분의 그 사역이 내 자랑이나 내 정신적인 만족감

에 근거하지 아니하고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 십자가의 사랑에 붙들려서 행하게 되는 귀한 사역이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6월29일 있은 설립8주년 감사예배 설교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