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저는 국방의 의무를 최전방 수색대에서 수행하였습니다.
기본 훈련과정을 마치고 기성부대로 배치되던 시간은 마침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가는 무렵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래저래 긴장이 되었는데 저를 더욱 긴장케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부대로 가는 길목 요소요소에 세워
놓은 ‘졸면 죽는다’라는 구호판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머리끝이 쭈빗했고 두려웠습니다.
그날 밤. 선배들로부터 받은 예비교육의 요지도 이곳에서는 ‘졸면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충격이 얼마
나 컸었는지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상황들이 사진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복무중인 때는 소위 ‘김신조의 1.21사태’로 일컬어지던……. 무장공비의 출몰이 빈번하던 때였습니다. 그래
서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를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이 계속되던 시절 이였습니다. 그런 분위
기속에서도 대과없이 군복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졸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긴장이 나를 건재케 했고 긴장이 군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한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그렇습니다.
인생길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산전수전(山戰水戰)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 되는 참으로 고달프기 이를 데 없는
길입니다.
이토록 험난한 길의 여행을 무사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되는 매우 중요한 명제(命題)가 있음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120년을 살다 간 인생의 대(大)선배 모세의 충정
(忠情)어린 권고에 귀를 기울이시기를 바랍니다.
 
1. 결국은 돌아간다는 것
시90:3에서는 “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하셨사오니…….”
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돌아갑니다.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돌아갑니다. 안 가려고 바둥대도 결국은 다 돌아갑니다. 진시황제가
있지도 않은 불로초를 찾아 나서는 등…….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그도 역시 50 나이에 돌
아갔습니다.
히9:27에서도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한 이치요…….”라고 하셨습니다. 이걸 명심하고 마지막을 의식하면
서 사는 사람……. 그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2. 세월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
시90:10에서는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
리가 날아가나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모세가 이해한 세월은 날라 가는 화살이었습니다.
저는 이따금씩 서울을 나가는 길에 틈이 나면 동대문 밖 숭인동 즉, 제가 태어나서 천방지축 뛰놀며 자라던 동네
를 들러보곤 합니다. 또 어떤 때는 다니던 창신초등학교도 둘러보기도 합니다. 학교 마당을 바라보노라면 줄넘
기나 소꿉놀이 하던 여학생들에게 짖굳게 굴던 어린 시절의 일들이 생각나서 혼자 빙그레 웃기도 합니다. 그런
데 말입니다. 악동(惡童)때의 일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로부터 벌써 반세기 50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정말이지 세월이 너무나도 빠릅니다.
시간은 금과 같습니다. 아니 금보다 더 귀한 것입니다. 시간이 그렇게 귀한 것임을 알면 그제서야 철이 드는 것
입니다.
시90:12에서는 “우리의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라고 하셨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빨
리 지나가는지 알기나 하고 살아라.’하는 것입니다.
호스피스현장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핵심적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앞으로 살아갈 날이 생각만큼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3. 삶의 목적
모든 존재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겠습니까?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인생에 대하여 선견적(先見的)인 글을 많이 남긴 분입니다. 그도 한때는 ‘어디에 목
적을 두고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로 심히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당시 소위 성공했다는 수
많은 정치인, 지식인, 사업가들을 찾아 갔지만 그들이 내어놓는 답은 하나같이 기대치 이하였습니다. 그러던 어
느 날. 길을 지나가다가 한 농부를 만났습니다. 별 기대도 없이 고민을 이야기 하던 중, 농부로부터 참으로 정신
이 번쩍 드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 그거야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는 것 아닌가?”라는 한마디였습니다. 그
순간, 톨스토이의 고민은 순식간에 안개 걷히듯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고전 10:31에서는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던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인생이 존재해야할 가장 큰 이유는, 장차 돌아가서 마주 뵙게 될 바로 그분을 기쁘시게 해 드림에 있는 것입니다

마16:27에서는 “인자가 아버지의 영광으로 그 천사들과 함께 오리니 그 때에 각 사람의 행한 대로 갚으리라”고
하셨습니다. 날아가는 화살과 같은 세월 속에서도 뭔가의 ‘흔적’들을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지혜입니다
시90:10에서는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라고 하셨
습니다.
모세는 대충 대충 산사람이 아닙니다. 주의 영광을 위하여 즉, 동족을 구출해내는 일에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민
족적 영웅입니다.
그러한 그분도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토(吐)하듯 남긴 술회(述懷)는 “…….뭔가를 한다고는 했지만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깊이 새겨들을 말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세월이 빨리 간다는 것은, 그만큼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일할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엉거주춤하는 사이에 화살처럼 날라 가버리는 것이 세월입니다.
열심히 삽시다. 열심히는 살되, 뭔가의 흔적을 남기면서 사십시다.
평생을 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모세가 “별로 남는 것이 없다”라고 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통곡(痛哭)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 멘.
 
(2007년 2월 22일 있은 정기 기도회 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