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고후5:17에는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진심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면 변하는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첫째는 존재가 바뀝니다. 즉, 죽은 영혼(엡2:1)이 살아나는 것(요5:25)입니다.
둘째는 신분이 바뀝니다. 이제껏 종의 멍에를 지고 살아가던 자(갈5:1)들이 감격스럽게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요3:16)입니다. 신분의 수직 상승입니다.
셋째로 가치관 즉,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뀝니다. 지금까지의 생애 최대의 목표는 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듯 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고, 사실 웬만한 일은 돈으로 해결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돈
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수밖에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거듭나면 돈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입니다. 돈은 필요하지만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돈은 건강한 인격을
유지하며 사회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혹은 생각이 있는 신앙인이라면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구
현하는데 필요한 선교적 도구 정도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진정 거듭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의 돈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바로 예수의 마음입니다.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아(벤치마킹)가며 살수가 있을까?’가 생애 최대의 관심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받아야할 예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겠습니까?
 
첫째. 겸손한 마음
 
:6에는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라고 하셨습니
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본질을 소유하신 분입니다. 그러나 동등 됨을 주장하지 아니하시고 스스로 종의 형체
를 취하셨습니다. 겸손의 본을 보이신 것입니다.
겸손은 주님의 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덕목입니다.
공동체 활동을 하다 보니 가끔 안타까운 일들을 보곤 합니다. 갈등입니다. 이 세상에서 갈등이 없는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만은 호스피스현장에서는 정말이지 금물(禁物)입니다. 이곳이야말로 예수님이 보여주신 십자가 정
신 즉, ‘나 하나 죽어서 세상을(공동체가) 살려야 한다.’는 희생정신이 필요한 곳입니다. 가끔은 독선적인 몇 사
람에 의하여 공동체가 얼마나 상처를 받게 되는지 모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가시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얻는 교훈이 무엇입니까? “그래 봤자 결국은 별것 아니더라”(전1:2-
11)가 아니던가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중요합니다만, 그보다는 먼저 그리스도께서 친히 보여주신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더
중요한 것입니다.
 
둘째. 아버지 뜻에 복종하는 마음
 
:8에는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고 하셨습니다.
주님도 십자가가 좋아서 지신 것이 아닙니다. 주님도 “만일 아버지의 뜻이어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하
셨습니다. 될 수만 있으면 십자가를 피하려 하셨습니다. 그러나 곧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
를 원하나이다”(눅22:42)하셨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뜻과 자신의 뜻이
충돌(衝突)될 때 과감히 아버지의 뜻을 따르셨습니다.
공감(共感)과 실천사이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가령, 어떤 이가 선행을 했다고 합시다. 이것을 보면서 “참으로 훌륭하다”면서 칭찬할 수는 있습니다. 또 어떤
지도급에 있는 자라면 사람들을 향하여 “여러분들도 그렇게 살아라”하며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
신이 구차한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일에는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게 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위선
(僞善)의 쓴잔을 마시기도 하는 것입니다. 공감과 실천사이의 거리가 이렇게도 먼 것 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공
감과 실천을 하나로 만드셨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분명한곳에는 죽음을 불사하고 복종하셨습니다.
 
셋째. 약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
 
주님의 주 활동처는 화려한 예루살렘이 아니었습니다. 비린내 풍기는 변방(邊方) 갈릴리 바닷가를 중심으로 배
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블루칼라(blue collar)들의 자청하여 친구가 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
라 기독교는 어느덧 화이트칼라(white collar)화 되어 가는 느낌을 갖습니다.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믿는 자
는 무조건 머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강박적 사고와 (허구한 날) 축복이니 성공이니 기도응답이니…
….이런 것만 화두(話頭)로 삼다보니 상대적으로 청빈(淸貧)과 검소(儉素), 그리고 섬김과 나눔 같은 기독교 고
유의 전통적 가치는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기독교의 중산층화…….’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기독교는 본질상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故) 헨리 나우웬은 이 시대에 존경받던 실천적 영성지도자였습니다. 그분은 원래 세계적 명문 하버드 및 예
일대학의 교수였습니다. 당연히 명예와 거기에 따르는 생활의 안정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그
좋은 자리를 박차고 지체장애인 수용소에서 섬김의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웬 돈키호테 같은 발상인가?하며,
의아해 하는 이들에게 즉답(卽答)을 피하던 그는 훗날 ‘예수의 이름으로’라는 책을 통하여 “지금까지의 나의 삶
은 오르막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거기에서는 예수님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고통 하
는 장애자들과 살면서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주님이 보이기 시작했고, 비로소 그리스도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라고 솔직한 고백을 하였습니다.
그는 받은 사명(使命)을 갖가지 변명으로 사명(死命)시키며 ‘안주(安住)와 즐김의 신앙’을 열망하는 현대인들에
게 많은 도전을 주었습니다. 참된 경건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 것입니다.(약1:27)
우리도 얼마든지 태양만을 지향(指向)하며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것만이 잘 사는 길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
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거기에는 ‘주님이 계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마7:21-23)
평생토록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시며 사회적 약자들의 벗으로 살아가신 주님이 ‘나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 하노라’(히13:8)고 분명히 말씀 하셨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지금은 사순절 기간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특별행사들을 통하여 영적 도움을 얻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것 보
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겸손하게…….
주님의 뜻이 분명한곳에는 복종으로…….
주님이 늘 그러셨듯이 약한 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리하여 가장 의미 있는 사순절 기간을 보내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007년 3월22일 있은 정기 기도회 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