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설삼용 목사
안양제일교회 원로목사
본회 초대 이사장
 
오늘 김 목사님의 소개에서 저를 초대 이사장이라고 하였습니다만, 그동안 저는 여러분들이 하는 일이 매우 가
치 있고 보람 있는 일 이라는 생각에서 같이 협력한 것뿐이었고 더욱 최근 몇 년 동안은 돌보지도 못하고 기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쉼터엘 처음 와서 보니까 그 동안 여러분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 오셨는가를 한눈에 알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나가시는 여러분들의 노력
이 참으로 가상(嘉賞)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본문의 수넴 여인은 보통사람이 아닌 귀한 여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여인은 주의 사람 엘리사를 알아보고 그를 간절히 권하여 음식 대접을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엘리사는 지나
갈 때 마다 그 집을 들러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하루는 여인이 남편에게 말하기를 “이 분은 하나님의 거룩한 사
람입니다. 우리가 이 분을 위하여 집과 침상과 의자와 촛대를 두고 그분이 지내시도록 해 드리십시다”고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쉼터를 마련하였습니다. 하루는 쉬고 있던 엘리사가 여인을 불렀습니다. 그
리고는 묻습니다. “나에게 이렇게까지 선대해주는 것이 고맙소. 혹 왕이나 장관에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말하시
오. 도와주고 싶소”라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여인은 ‘부족한 것 없이 다른 백성들과 같이 만족하게 지내고 있
습니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일단 사양은 받았지만 엘리사는 하인에게 무슨 도울 일이 없을까? 하고 재차 물었습니다. 하인은 “그 여인은 아
이가 없고 남편이 이미 늙었나이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엘리사는 여인에게 “네가 일 년 후엔
아들을 안으리라”는 축복(예언)을 하게 됩니다. 여인은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십니까? 하며 믿지를 않았습니다
만 1년 후엔 거짓말같이 진짜 아들을 품에 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 여인의 봉사가 얼마나 순수한 봉사였는가를 엿보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수넴 여인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쉼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만큼 아름답게 쉼터가 세워지게 된 것은
그동안 여러분들의 사심이 없고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은 순수한 봉사의 열매입니다. 주님께서는 아실 것입
니다.
우리의 봉사, 우리의 충성, 우리의 헌신은 순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그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저희 교단
에 한 7-8만 명이 모이는 큰 교회 목사님이 있습니다. 그분은 주변에 조그마한 교회 목사님들로부터 원성을 많
이 듣고 있었습니다. 작은 교회 성도님들이 그 교회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목사님이 항의를
하기 위하여 그 목사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만난 후에 그 분이 제게 한 말
이었습니다. “설 목사님. 제가 그 목사님을 만나 뵈었는데 평소에 듣던 소문하고는 다르던데요. 한 시간 대화하
는 동안 꼭 유치원 다니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말씨며 표정이며 태도가 마치 유치원 어린아
이 같았습니다. 너무 놀랐습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
면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그 어린 아이같이 순수하니까 큰 목회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 말을
들은 그 분은 “이젠 나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누굴 만나도 어린아이같이 대하며 살아야겠습니다”하며 돌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단 5분만 만나도 피곤해서 못 견딜 사람이 있습니다. 늘
계산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삭개오처럼 내면(內面)이 변한 사람하고는 밤새도록 이야기를 해도 피곤한 줄을 모릅니다. 순수하
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사에 하나님을 의식하고 산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특히 하나님께 하는 일은 순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후9:7에는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름다운 봉사, 즐거운 봉사를 하는 분들을 사랑하십니다.
 
한상수씨의 한국 민담선(民譚選)에서 읽은 글입니다. 한 농부가 무우 농사가 아주 잘되어 마치 어린아이만한 무
우를 생산하였습니다. 그냥 먹기는 그렇고 내다 팔기는 더 아깝고 해서 원님에게 선물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
생에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무우는 처음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원님의 덕분입니다. 원님 잡수시라고 가지고 왔
습니다.”라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부임한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 말에 감동한 원님은 “잘 먹겠다. 고맙다”하고는
하인을 불러 창고에 무엇이 있는가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답례로 주도록 하였습니다. 창고에는 마침 황
소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농부는 무우를 주고 황소 한 마리를 받아 돌아 왔습니다. 횡재를 한 것입니다.
이것을 마침 동네 건달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무우 하나로 황소를 받았다면 황소 한 마리에는 논마지기나 주
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황소 한 마리를 가지고 원님을 찾아갔습니다. “원님. 평생을 소를 키워
왔지만 이런 소는 처음입니다. 이 모든 일이 원님 덕분인줄 알고 가져 왔습니다. 원님은 “음- 이 마을에는 착한
농부가 많구나. 잘 쓰겠다.”하며 하인을 불러 창고에 뭐 들어온 것이 있으면 가져오도록 하였습니다. 창고엔 조
금 전에 농부가 가지고 온 무우가 있었습니다. 결국 건달 농부는 황소를 주고 달랑 무우 하나를 얻어가지고 돌아
오면서 두고두고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이 짧은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처음 농부는 사심 없이 순수하게 즐겨 내는 자였고, 나중 농부는 저의(底意)가 있었다는 것 즉 즐겨 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많은 것을 바치고도 오히려 저주를 받은 아나니아와 삽비라 같은 경우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는 될 수 있는 한 순수하게 봉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자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마6:33에는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고 하셨습
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더 하기 위하여 의(義)를 구하지만 성경은 그의 의를 먼저 구하면 모든 것을 더 하시겠
다는 것입니다.
주기도문에서도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고 하였습
니다. 우리의 죄 사함을 위하여 기도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라’시는 것입니다.
창22장에서는 아브라함이 ‘여호와 이레’라는 뜻밖의 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호와 이레의 복은 결코 가만
히 있는 사람에게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토록 아픈 마음고생을 다하면서까지 자식을 바치려 했기 때
문에 받은 복 이라는 사실을 결코 간과(看過) 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여호와 이레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준비하신 아주 특별한 뜻밖의 선물이지만, 다른 한편, 그 복을 받는 것은
우리가 그 분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느냐? 에 따라서 그 복을 받는 여부가 달려있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는 여호와 이레의 복은 절대로 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봉사. 순수한 헌신을 보일 때에 “네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구나. 내가 준비해 놓은
복이 있단다. 그걸 네게 주고 싶구나”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기독인들의 감사는 선불(先拂)감사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대부분의 감사는 후불(後拂)감사
입니다. “무엇 무엇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식입니다. 조건부 감사로는 여호와 이레의 아주 특별한 복은 경험하
기가 어렵습니다. 삶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것입니다.
하루는 그 아들이 들판에 있는 아버지에게 가다가 요즈음 말로 일사병에 걸렸습니다. 그리고는 죽게 되었습니다
수넴 여인은 죽은 아들을 엘리사의 쉼터에 두고 갈멜산의 엘리사를 찾아 갔습니다.
엘리사가 묻습니다. “모두가 평안하냐?” 여인은 “평안하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보인 여
인의 믿음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흔히 우리들처럼 근심걱정은 많으면서도 인사치레 상 ‘괜찮습니다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아들이 살아날 것을 확신하며 ”진짜 평안하다“는 고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엘리사가
그의 심중을 알고 그 아이를 위하여 안수하니 7번 재채기를 한 후에 그 아이는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사랑하는 안호선 회원 여러분
 
저의 바라기는 이곳이 ‘엘리사의 쉼터’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첫째, 여러분들은 진정으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감사하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수넴 여인처럼 그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섬김과 봉사의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이곳은 죽음이 임박해 있는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수넴 여인의 아들이 살아난 것처럼 다시 소생하고
다시 새 힘을 얻는 기적의 역사가 일어나는 곳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봉사는 여느 봉사와 같지 않고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봉사입니다.
오늘 집을 나오기 전에 제가 작사 작곡한 ‘호스피스의 노래’를 불러 보고 왔습니다. 가사 끝에는 ‘호스피스 가는
길은 골고다로 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골고다의 길은 비아돌로로사(via dolorosa) 즉 고난의 길, 슬픔의
길, 아픔의 길입니다. 이 어려운 길에서도 수넴 여인처럼 늘 ‘평안하다’를 외칠 수 있는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합니다.
 
(2007년 6월28일 있은 설립 9주년 및 쉼터운동 5주년 감사예배 설교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