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지난달 말에 우리는 사랑하는 동역자 이천재 권사님(11기)을 먼저 하나님께 보내 드려야만 했습니다.
저는 6월22일(금) 아침 출근길 차안에서 권사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현재 분당 서울대학 병원 응급실에 있으며, 췌장암이 발견되었으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가 없다고 한다는 것과 메트로병원 호스피스병동으로의 입원 수속을 밟아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 전화를 받
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그렇게도 건장한 풍채를 가지신 분인데…. 바로 얼마 전에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
던 분이 아닌가… 이 무슨 일인가…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튿날 일찍 입원 수속을 마친 후 저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진찰을 마치신 전세현과장님은 진행속도가 매우 빠
르다는 것과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가족들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과장님의
예측대로 님은 정확히 만 5일을 못 넘기고, 27일 새벽에 우리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가까이하던 우리 모두는 한
동안 정서적 공황상태로 있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님은 우리의 곁을 떠나가면서 그냥 가지를 않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교훈 두 가
지를 남겨 둔 것입니다.
 
그것은,
첫째. 인생은 안개라는 것
본문 14절에서도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 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와 같은 것이 인생입니다. 님은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몸 안에 그렇게 중한 병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고 하였습니다. 일하다가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회사 근처 병원에서 이것저것 진찰을 하다 보니 이미 췌장암 말기에 전이까지 된 상태였다는 것이었
습니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다.
안개 같은 인생…. 너무 잘난 척하며 장담하며 살아서는 안 됩니다(약4:13-14상). 한치 앞을 모르고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천정이 보이면 우
선 감사부터 해야 합니다. 살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방어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깊은 밤에도 우리
들을 지켜 주신 하나님은 또다시 새로운 하루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안개…… 내 인생이 어느 순간에 덜컥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사는 것이 지혜입니다.
 
둘째.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것.
인생을 짧다고 강조하시는 이면(裏面)에는 존재의 한계를 극복 하라시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 극복의
비결은 영원한 세계를 의식하고 그때를 준비하며 사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선은, 예수님을 영접하여 구원(영생, 천국시민권)을 얻어 놓아야 합니다(요5:24).
그리고는, 배워서 알고 있는 도(道)를 성실히 실천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천국 문턱에까지 따라가는 것은 결국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계22:12).
그래서 본문15절에서는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거늘….”이라고 하셨고,
17절에서는“…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치 아니하면 죄니라”고 까지 하셨습니다. 인생이 덧없다는 것을 깨
달았다면 미래를 위하여 ‘그래도 그만할 때…’ 실적을 쌓으면서 사는 것이 지혜입니다.
님은 위로 차 방문한 11기 드림팀을 향하여 “열심히들 봉사 하세요”라고 마지막 부탁을 하였다고 합니다. 본인
은 그토록 급박한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님은 우리의 길을 다 간 후에 우리 인생이 총체적으로 평가될 때의 결정
적 기준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마25:31-46)
 
우리는 가끔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라고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모르고 짓는 죄가 얼마나 되겠습
니까? 우리가 짓는 대부분의 죄는 뻔히 알면서도 짓는 죄입니다. 얄팍한 계산 때문에...혹은 개인감정 때문에...
혹은 좋은 줄은 알지만 게을러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입니다. 성경은 이것이 모
두 죄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다음 세상을 의식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취할 태도는 분명 아닙니다.
혹 말은 그럴듯해도 속으로는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이라’고 믿는다면 몰라도....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실감이 나지를 않습니다.
환갑을 넘긴 연세에…. 그 듬직한 풍채에 어울리지 않게 늘 수줍음을 타시던 소년 같은 권사님…. 지금이라도 부
르면 불쑥 나타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불러도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계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님은 그냥 가지를 않았습니다. 아주 귀한 교훈을 남겨 주었습니다.
인생은 안개라는 것.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것입니다.
그 비결은 다음 세상을 의식하며, 실천적 삶을 사는 것 입니다.
추모의 정이 솟구칠 때마다 남기고 가신 교훈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십시다. 그것이야말로 고인에 대한 가장 진
실한 추모의 정신이 될 것입니다.
 
( 2007년 7월 26일 있은 7월 정기기도회 설교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