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한경호 목사
비산중부교회 담임
 
 

본문에서 바울은 남을 힘써 돕는 한 교회를 소개한다. 자신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고통당하고 있는 이웃
을 구제하는 참으로 아름답고 은혜로운 교회를 소개하고 있다.“형제들아 하나님께서 마게도냐 교회들에게 주신
은혜를 우리가 너희에게 알리노니”(1절) 지금 바울은 마게도냐 교회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고린도교회에
소개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마게도냐 교회들에게 주신 은혜가 무엇인가? 2절부터 5절까지의 말씀에 보면 마게
도냐 교회들이 받은 은혜란 흉년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을 위해 구제 연보를 모금한 것
을 가리킨다.
여기서 우리는 마게도냐 교회들의 봉사 곧, 예루살렘 교회를 위해 구제 연보를 한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한 사
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하나님의 은혜’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일반적으로‘나를 위한 것’
과 관련해서 생각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어떤 물질적인 복을 베푸시거나 일이 잘되게 하시는 것, 건강
을 회복시켜 주시는 것, 특별한 은사나 소명을 주시는 것, 또 예배나 기도회 때 주님의 말씀에 감동을 받는 것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바울이 여기서 말하는 은혜는 그런 은혜가
아니다. 여기서 바울이 말하는 은혜는 어렵기는 피차 마찬가지이지만, 나를 희생하고 그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내 비록 가난 중에서도 다른 가난한 자들을 위해 구제하는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는 강력한 말씀이다. 우리는 흔히 받은 은혜에 감사해서 구제하고 봉
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바 은혜가 너무 크니까 거기에 보답하기 위해서 몸도 희
생하고 시간, 물질을 바쳐가면서 봉사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봉사와 구제는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이 된다. 그러면 기쁜 일이기보다는 반드시 해야 할 의무가 되는 것이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부담으로 다가
온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구원을 베푸신 것으로 우리에게 구제와 봉사를 요구하시는가? 반대로 우리가 구제하
고 봉사하지 않으면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구제와 봉사는 성도에게 지워진 의무나
짐이 아니다.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우리가 은혜를 받듯이 우리가 이웃을 사랑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이다
. 우리가 남을 돕고 교회를 섬길 수 있는 것이 은혜란 말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제와 봉사를 할 때 그것이 내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가운데 더욱 풍성하게
넘치도록 더 많은 구제와 봉사를 하기 바란다. 많이 하면 할수록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넘친다는 사실은 경험해
본 자만이 아는 은혜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복이 있다고 하신 것이다.
 
본문이 정의하는 은혜를 정리하면 사람들은‘은혜’하면 흔히 받은 것을 연상하지만 본문에서는 한 마디로 ‘주는
것이 은혜’라고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는 물질의 유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물질이 없어도 주는
삶을 실천한다면, 그것이 바로 은혜 받은 삶의 모습이다. 가끔 어떤 분은‘있어야 주지, 주고 싶어도 줄 것이 없어
서 못 준다’고 한다. 죄송하지만 그것은‘은혜가 없는 것’이다. 사실 받을 것이 없을 만큼 부자도 없지만 줄 것이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줄 것이 부족할 때 주면 우리의 몸은 힘들겠지만 영혼은 더 맑아지게 된
다. 이 주는 은혜를 아는 성도는 가진 것 없고, 연약하고, 배우지 못했어도 열심히 남을 돕는다. 그 모습이 정말
은혜 받은 모습인 것이다.
 
이‘주는 은혜’의 특징은 첫째, 도울 일이 없는지 먼저 요청한다. 마게도냐 교인들은 사도 바울에게 그런 요청
을했다. 3절 후반부와 4절을 보시오. “자원하여 이 은혜와 성도 섬기는 일에 참여함에 대하여 우리에게 간절히
구하니.”그들이 자원하여 먼저 간절히 구했다. 그렇다고 그들의 형편이 나아서가 아니라고 했다. 어렵기는 마찬
가지이지만 자신들이 도울 일이 없는지 자원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것이 바로 마게도니아 교회들
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였다.
주는 은혜의 두 번째 특징은 힘에 지나도록 한다. “내가 증거 하노니 저희가 힘대로 할 뿐 아니라 힘에 지나
도록 자원하여”(3절) 쓰다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힘에 지나도록 자원하여 넘치게 하는 것이다. 마게도냐 교
회는 이 ‘주는 은혜’를 아는 교회였다. 그러기에 그들은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원하여 힘에 겹도록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는 은혜의 세 번째 특징은 먼저 자신을 주님께 드린다. “우리의 바라던 것뿐 아니라 저희가 먼저 자신을
주께 드리고…….”(5절) 그들은 먼저 주님께 자기 자신을 드렸다. 마게도냐 교인들이 어떻게 극한 가난 중에서
도 풍성한 연보를 하게 되었는가? 먼저 자신을 주님께 드렸기 때문이다. 먼저 몸을 바치고 나니 물질도 힘에 겹
도록 풍성하게 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몸이 가니 물질도 따라 가는 것이고 모든 것이 함께 가는 것이다.
 
우리 주 예수님의 은혜도 주는 은혜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자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을 인하여 너희로 부요케 하려 하심이니라”(9절)
 
이‘주는 은혜’야 말로 우리가 진정 구해야 할 은혜이다. 주면 또 줄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풍성히 채워주신다. 눅
6:38절에“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고 했다. 물질 얻는 능은 누가 주시는 것인가? 신8:18에 보면 하나님께서 재물 얻는 능을 주신다고 했다. 이것이
나눔의 법칙이요. 주는 은혜의 결국이다. 주는 은혜를 알고 나누는 삶을 살면 계속해서 나눌 수 있도록 하나님께
서 필요한 것들을 풍성하게 공급해 주신다는 것이다. 주는 은혜를 받은 사람이 진정 은혜 받은 사람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