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이만큼의 고도성장을 이룩하게 된 근원적인 힘은 높은 교육열에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이 상대적 빈곤을 느끼게 된 것은 ‘많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
니다. 따라서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 공부 시키는 데에는 모든 것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올-인하고 있습니다. 이
젠 밥술깨나 먹는다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유학을 보내려 하기 때문에 기러기 가족이라는 신조어도 그리 낯설지
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것은 도대체 그렇게까지 극성스럽게(?) 공부를 시키려는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간단합니다. ‘부모보다는 잘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물론 잘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성경의 시각은, 조금은 다릅니다. 잘 사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살라는 것입
니다.
흔히들 보람을 노래하지만 보람의 크기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땀과 비례합니다.
교육의 참 목표는 바로 이것이 되어야 할 것이고, 부모의 선행(先行)적 삶이야말로 자녀들이 그런 생애를 준비하
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의 잘못은 자녀에게는 그대로 학습의 내용이 됩니다.
가령 부모가 술주정을 자주한다면 그 자녀는 지겹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술주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밖에도 게으름.. 상습적 거짓말.. 세상을 늘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은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부모의 그늘진 부분은 자녀들 마음에는 깊은 상처로 남게 되고 어떤 기회가
다가 왔을 때는 그 또한 그런 식의 삶을 살아가게도 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한 비극적 실례를 봅니다.
우리는 오직 ‘자손을 얻겠다’는 일념으로 친 아비와 근친상간도 서슴지 않았던 롯의 두 딸을 잘 알고 있습니다(창
19:30-38). 이렇게 해서 얻어진 씨가 훗날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모압과 암몬 족속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아비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이것이었으
니까요.
그들은 삼촌 아브라함과의 갈등이 생기자 그간의 받은 은혜이고.. 의리이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직, 당장 ‘
잘 사는 길’에만 몰두하던 아비에게서 그렇게 사는 생활철학을 배웠습니다(창13:8-13). 이렇게 놓고 보면 자식만
한 강적(强敵)도 없는 것입니다. 생각하면 무서운 일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교육의 궁극적 목표를 ‘바르고, 의미 있는 삶’에 두고, 부족은 하지만 부모부터 그렇게 살려고 노
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자식들 눈에 얼마나 아름답게 보여 지겠습니까? 사실 이만한 교육도 없습니다.
가끔 부모를 따라서 봉사를 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저는 종 종 “여기 와서 느낀 것이 무어냐”를 묻습니다. 어떤
학생들로부터는 “엄마가 이렇게 까지 훌륭하신 줄은 몰랐어요. 엄마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라는 답변을 듣곤 합
니다. 저마다 교육의 효과를 말하고는 있지만 이만한 효과가 있을까요. 저희는,
 
* 봉사자 교육 수료증서를 성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증서 관리가 잘 되어서 본인 뿐 아니라 자녀들에
* 게 까지 정신적 유산으로 기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매월 발간되는 ‘안양호스피스’에는 봉사 및 후원자(기증자) 명단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안
* 에는 영수(領收)의 의미와 함께 교육적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 로뎀나무는 2차 공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천사운동 동참자 명패를 만들어서 영구 보존할 예정입니다.
* 이곳은 특별한 취지와 아름답고 평화로운 환경으로 인하여 많은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타 기
* 관에서는 견학 및 소풍을 오기도 합니다.
 
이곳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에서는 사계절 변하는 풍경을 사진으로 보관해 두기를 주문해 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 환우 분들에게 실질적인 쉼을 드릴 수 있는 곳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곳에 보존되는 명패는 결코 이름을 내고져 함이 아니라 “우리는 이런 마음으로 살았단다. 너희도 이런 생
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교육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자녀들이 ‘잘 살게’만 하려면 가르치면 됩니다. 집 팔고 논 팔아서 많이 가르치면 됩니다.
하지만 자녀들의 삶이 정말 훌륭하고도 ‘의미 있는 삶’이 되기를 원한다면 가르침 외에 부모가 보여줘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모의 삶은 “너희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무언의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적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수사(修辭)상으로는 무성해도 삶으로 가르치는 사람은 적
다는 뜻입니다. 이런 서글픈 현상은 세월이 가도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참 스승으로 목말라하는 시대에, 부모 자신이 솔선하는 섬김을 통하여 ‘바른 삶’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어 보십시
다. 내 자식을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