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존경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정도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도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소위 ‘알아주었습니다.’ 마을에서는 존경도 받았습니다. 마치 본문의 초대교회 시절 같았습
니다.
지금과 비교해 볼 때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세상은 너무나 영악(獰惡)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분석해 보면 소통의 기본인 신뢰상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전파는 신뢰감에서
“전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롬10:14)”라고 하셨으니 복음은 우리가 일일이 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간과해
서는 안 될 것은 우리의 모습은 복음전파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는 뜻이겠지요.
우리 같으면, 수시로 말을 바꾸는 상인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가 소개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우리 같으면, 욕심 많고 이기주의적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가 소개하는 복음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요.
피차간에 피곤만 더 할뿐입니다. 오히려 “당신처럼 깍쟁이가 될까 봐서 교회를 못나가겠다”고 조롱하는 사람이
있을런지는 몰라도...
 
신뢰는 진정성에서
한때 KBS방송국 앵커로, 열린 음악회 사회자로 명성을 날리던 유정아씨는 지금은 서울대학교에서 5년째 최고
인기강좌 중 하나인 ‘말하기 강의’ 강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의 강의가 수강신청 10초 만에 마감 될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하고도 남을 듯합니다.
그는 오바마씨가 아직도 보수성 강한 미국사회에서 피부 색깔 등의 원천적 취약점이 있음에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진정성’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연설은 매우 진지해 보였고 그러한 모습은 그가 그만큼 진실하지 않으
면 보일 수 없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참된 신뢰는 진정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진정성은 자기희생에서
진정성은 희생의 정도에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29일자 시사저널에서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하여 조사된 우리나라 33개 직업군 중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 1위로 소방관을 꼽았습니다. 지금까지 직업 선호도 조사는 자주 있었지만 신뢰도 조사는 처음이라는 점에
서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직업 중에서 하필이면 소방관에 대한 신뢰도가 그렇게도 높을까? 그 안에는 명목상으로는 물질보다
는 정신을... 이기보다는 이타와 사회책임을 자임(自任)하고 나서는 직업이 하나 둘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어떻
게 된 일입니까. 한마디로 ‘희생정신’입니다.
언젠가는 뉴스를 통해서 갇힌 사람을 구하려고 불구덩이 속을 뛰어 들어 갔다가 희생당한 동료 때문에 울고 있
는 소방관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분들의 행동이 꼭 업무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 직업은 평소 따뜻하고 희
생적이지 않으면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로뎀나무에서 그 분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 겨울에.. 그날따라 초저녁부터 엄청난 폭설이
퍼붓고 있었습니다. “이런 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우
려하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폐암을 앓고 있던 환우분이 갑자기 심한 각혈을 시작하였습니다. 침대며 방바닥을
검붉은 피범벅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몹시 당황하였습니다. 이곳은 눈이 조금만 와도 꼼짝을 할 수가 없기 때문
입니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래도...’ 하면서 일단 119 구급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서 언
덕 너머에서 싸이렌이 들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한마디로 가슴 찡한 감동이었습니다. 아무리 4륜구동 특수차량
이라지만 불규칙하고 좁은데다가 눈까지 쌓인 농로(農路)에서는 구급차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일텐데... 그
리고 30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를 2시간이나 걸려서 응급실에 도착하였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눈길을 벌벌 기
어 간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어찌 마음으로 부터의 깊은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만일 자칭 지도자라고 하면서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아마도 그 반대의 경우일 것입니다. 말은 그럴듯해도 자
기희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소위 지도자들에게서 우리는 실망할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가진 힘 때문에
그 앞에서는 굽실댈런지는 몰라도...
 
‘장기려, 그 사람’을 읽으면서 그 분이 ‘한국의 슈바이쳐’로 불릴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 분은
급한 환자에게 수혈할 피가 모자라면 즉석에서 자신의 피를 뽑아서 수혈을 했다고 합니다(184페이지). 놀라운
자기희생이었습니다. 그 분에게는 존경이라는 단어도 표현이 모자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정아 선생은 “사람의 마음은 꼭 논리적으로 옳은 것에만 움직이지 않는다.” “논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
각한다면 그것은 오만(傲慢)이다”라고 까지 했습니다.
그 강의를 듣는 대학생 대부분은 장차 사회 각 분야에서 매우 영향력 있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자들입니다. 저
는 그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 좌우명처럼 깊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세상을 바꿀
힘은 말이 아니라 솔선하는 희생에 있음을...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기독교의 핵심가치는 사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 ‘진정성’을 보여 달라
는 것입니다. 이것만 확인이 되면, 그래서 신뢰만 쌓이면... 복음전파는 지금보다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매력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 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복음은 쉽게 거부할 수 없는 무언의 압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기희생의 상징 ‘빛과 소금’은 기독교인의 매력입니다.
 
(2009년 8월 27일 정기기도회 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