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길을 묻는 그대에게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청소년들이 존경하는 상위권 인물입니다.

그 분은 자신의 인생길에는 좋은 멘토(mentor)들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관계란 상대

적이기에, 반기문씨도 그만큼 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에게 가장 큰 복은 좋은 멘토입니다. 그런데 멘토와의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

해서는 멘티(mantee)입장에서도 지킬 것이 있습니다. 염치입니다. 일방통행은 언제나 불행한 것이니까요.

이러한 관계원리는 절대자와의 사이에서도 동일합니다.

절대자와의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1) 은혜의 크기부터 알아야…….

문둥병은 천형(天刑)입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버림을 받습니다. 살았으나 실은 죽은 자들 이었습니다. 주

님은 이들을 찾으셨고, 살리셨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 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주신 사랑 앞에 인격적으로 무너지게 되고, 그래야 그 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만일 어떤 분이 “나에겐 재능이 있으니 써 먹고 싶다”거나 “내 헌금이 도움이 되겠지”하는 식으로 신앙생활을 시

작한다면, 그의 영적생활은 틀림없이 불행으로 끝을 맺을 것입니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주 나

를 박대하시면 나 어디 가리까?”(찬338)하는 처절한 자기인식이야 말로 절대자와의 인격적 만남의 출발점입니다

2) 염치를 알아야…….

건강한 관계는 상호 의리가 존중될 때 가능합니다.

대개 아랫사람들의 착각은 ‘아무렇게나 해도 이해하시겠지…’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수혜(受惠

)자는 잊어도 시혜(施惠)자는 잊지 않습니다.

주님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치료는 열 명이 받았는데 고마워하는 자는 한 명… 주님도 상처를 받으셨고, 배은망

덕한 아홉의 행방을 물으셨습니다.

50대 50이면 구색도 맞을 텐데 왜 하필이면 90%인가? 주님의 의도는 ‘사람은 거의 다 그렇고 그렇더라’는 것입니

다.

‘염치없음’은 원죄(原罪)의 또 다른 성격입니다. 부족 없이 누리게 하시되, 한 가지 조건 “선악과로 창조자와 피

조자 간의 건강한 긴장은 유지하자”는 소박한 요구를 매몰차게 차 버린 아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못된 피는 안

타깝게도 여전히 우리 속에서도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태생적으로 고마움을 쉽게 잊는 존재인지

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어떻게 보면 염치상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자식 간….부부나 친구 간…혹은 사제지간에도 지킬 것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자께 은혜를 입었다면, 우리는 그 분께도 염치를 지켜야 합니다.

“네 떡 언제 먹었느냐”는 식의 몰염치한 태도는, 도리도 아닐 뿐더러 자신의 영혼을 피폐(疲弊)하게 만들 것입니

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우리가 정직하면, 모든 것이 은혜인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진심이라면, “몸을 주셨으니, 나도 삶 자체를 드리고 싶다”는 고백적 삶을 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염치없는 신앙은 병든 신앙입니다.

(2009년 11월 9일 있은 하루찻집 개회 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