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이제 곧 김수환 추기경님이 우리의 곁을 떠나신지 1주년이 다가옵니다. 종파를 떠나서 많은 국민들이 님의 떠나
심을 아쉬워했습니다. 회고해 볼진데 님은 이 시대의 스승이셨습니다.
거대 조직의 정점(頂點)에 있으면서도 번득이는 카리스마보다는 이웃집 할아버지같은 푸근함을 주는 분이었지
요. 그런가하면 불의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눈앞에 예견됨에도 직언(直言)하기를 서슴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님은 가시면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랑 하세요"라는 말만 남겼다고 합니다. 격동기에 산전수전을 겪
으셨으니 남기고 싶은 말이 하나 둘이 아니였을텐데도 하필이면 '사랑하세요'로 끝을 맺으셨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랑만큼 강한 힘도 없기에….  
 
이 세상은 힘 없이는 살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아는게 힘'이라며...청ㆍ장년들은 '돈과 자리가
힘'이라고... 나라마다 군사, 경제력 키우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짜 위대한 힘은, 지식이나 돈이나 무력
이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막강한 군사력과 부(富)를 자랑하며 유렵, 아프리카, 아시아로 통하는 길을 만들고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면서 기염을 토하던 로마제국도 정작 세계 정복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칼 한자루도 갖지 않고 지금도 차분히 세계를 정복해 가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오직 사랑 하나만으로 말입니다. 님은 마지막으로 그 말을 꼭 해주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사랑 없이는 소망을 줄 수 없기에…
 
인류 역사는 영적으로는 하나님나라 확장의 기록입니다. 아직 진행형인 세상에서 완전을 기대할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병들고, 가난하고, 억울해서 우는 사람을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제자라면, '스승의 눈이 어디를 주시(住視)하시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자칭 제자라면서도 딴청만
떨고 있다면 정말이지 정신 나간 제자입니다.
주님의 눈길은 언제나, 예루살렘이 아니라 갈릴리이고, 큰자가 아니라 작은 자이고, 웃는 자가 아니라 우는 자입
니다. 울고 있는 이들을 지켜보시는 주님은 우리에게 "저들에게 참된 소망을 갖게 해주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생각하면 숨고르기조차 벅찬 감격적 수임(受任)이지요.
기왕에 받았으니 잘 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방법은 사랑입니다.
미국 뉴욕에는 에드워드 병원이 있습니다. 그 병원은 병을 잘 고치기로 이름이 난 병원입니다. 궁금하게 여긴 다
른 의료기관이나 제약회사에서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원장은 "우리는 TLC(tender love. care)처방을 씁니다.
약(藥)한 알, 주사(注射)한대를 놓아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드럽고 따뜻하게 돌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치료의
극대화를 부르는 비결이지요" 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병자는 낫기를 희망합니다. 그 희망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의지를 돋구어
주는데는 주변의 격려야 말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사랑이 곧 힘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아주 작은 일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나비효과 이론'을 아시나요.
'브라질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본토에 가서는 토네이도(대형 회오리바람)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기상(氣象)이
론입니다.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이론으로 나중에는 사회학, 경제학으로 활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1930년대에 일어난 세계대공황이 미국 시골의 작은 은행 부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작은것 하나라도 쉽게만 보아서는 아니 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작년도 우리나라 장기기증 신청자가 전년 대비, 무려 2.4배로 급증하였다고 합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그 이유를 추기경님의 각막 기증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작은 솔선(率先)이 얼
마나 영향력이 큰가 를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비 효과적 원리'는, 우리 호스피스사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풍전등화 위기의 환우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참 소망을 갖게 되는것도 우리의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입니다. 우리가 전해주는 따뜻한 한마디의 말...정성어린 후원금이야 말로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주며,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천국확신을 심어주며, 얼마나 많은 분들로 하여금, 죽음앞에서도 평안을 누리게 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이것을 잘 아시는 주님은 "많은 사람을 옳은 길로 인도한 사람은 별처럼 영원히 빛나리라"(단 12:3)고 축복을 하
셨습니다.
 
호스피스 섬김의 '나비효과적 의미'를 이해하시고, 남다른 보람과 긍지(矜持)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2010년 1월 23일 있은 ‘리더연합 하례식’ 설교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