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길을 묻는 그대에게 *

지금 우리는, 세계 자동차 산업을 석권하던 도요타의 추락이 어디까지 이어질는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2009년 8월. 미국에서 일어난 가속페달 오(誤)작동에 의한 일가족 사망사건으로부터 촉발된 이번 사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의 리콜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사운이 어떻게 될는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회사는 그동안 제기되던 의혹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의식을 느낀 회사 측이 신뢰 회복을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제조업의 상징이며,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로써는 이만 저만 치욕(恥辱)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이 있습니다.

‘핵심을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실. 기우는 도요타 사운(社運)의 조짐은 작년 3월에 있은 사업 결산 때. 최다 적자결산에서 이미 감지되었다고

합니다. 회사는 그 즉시 사장을 퇴진시켰는데, 후임 사장 도요타 아키오씨는 “그동안 세계 최대 메이커를 목표

로 전력 질주한 나머지 ‘고객이 제일이다’는 본질적 목표를 상실해 버렸다”면서 전(前)경영진의 ‘확대 경영’정책

을 비판했다고 합니다.

미 하원 청문회에서도 사장은 같은 논조로써 사과를 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확인된 것은, 기계 제조산업에

도 ‘핵심가치는 역시 사람이다’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안호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호선의 정체(正體)는 봉사철학에서 잘 나타

나 있습니다.

우리 봉사자들은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한사람의 영혼을 사랑함에 있어서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포

기할 수 있다” 라는 구호를 반드시 제창(齊唱)하고 들어갑니다.

이것은 “나(선한목자)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시던 주님 말씀에 근거하여 제정된 구호였습니다(요10:15

)온갖 가치가 혼재된 세상이지만, 생명보다 귀한 가치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환우 분들은,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환우 분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롬1:14). 세월이 지나가다 보면….이것을 놓치는 수가 있

습니다. 경계 대상 1호는 주객의 전도(顚倒)입니다.

목회도… 선교도… 사업(事業)입니다. 추구하는 목표가 세속과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사업이다 보니, 자

신도 모르게 규모나 숫자 등에 신경을 쓰게 되고 남과 비교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하나같이 본

질이 아닙니다. 어쩌다가 비교 우위에 섰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핵심을 놓치기가 쉽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한 생명보다는 규모나 숫자로 기우려 질 때, 그때가 위기(危機)입니다. 주님은 오병이어 기적을

체험하고 열광하는 사람들 앞을 즉시 피하셨습니다(요6:1-15). 사역의 핵심이 흐려질 개연(蓋然)성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따금씩 ‘자리의 의미’에 대하여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성공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남과의 비교는 금물입니다.

아무리 선의(善意)라고 해도 분초를 다투는 생명 앞에서의 경쟁심은 금물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환경이 지금보다 열악해진다고 해도 ‘한 영혼이라도 정말 제대로 섬길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늘 만족해야 합니다. 오히려 필요하다면 이보다 더 한 것이라도 포기할 수 있다는 정신. 그것이 진정한 호스피스

정신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끝까지, 안호선의 핵심가치 ‘한 영혼사랑’을 놓치지 마십시다.

우리는 이것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이 한 가지 때문에 오래 오래 귀한 그릇으로 쓰임을 받는 도구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을 아끼지 마십시다.

(2010년 2월 정기기도회 설교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