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고난주간이 되면 우리는 될수있는한 사사(私事)로운 일은 삼가 하면서 주님 고난에 마음으로나마 동참하려고 합

니다. 특별기도회에도 참석하기도 하고 말씀 묵상과 금식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사실. 금식만해도 영혼을 맑게 해주는 은혜가 있습니다만 여간해서는 자발적 금식이 쉽지가 않기에 고난주간의

금식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즈음에 같이 상고해야 할 몇 가지가 있습니다.

주님 죽으심의 성격

주님의 죽음은 위대한 죽음입니다.

주님의 죽음이 위대한 것은 그분의 삶이 위대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삶이 위대한 것은 주님의 삶이 철저히 타자(他者)를 위한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가봉에는 슈바이쳐가 지은 병원보다 큰 병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슈바이쳐가 지은 병원을

더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벨평화상 때문이 아닙니다. 그분의 삶 자체가 타자를 위한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난주간에 각종 특별프로그램으로 동참의 기회를 갖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그동안 살아가면서 흐트러

졌던 자세를 다시 한 번 다 잡아보고, 일로정진(一路精進)하기에 너무나 좋은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동참 수준이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될 것입니다.

주님의 위대했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省察)과 거기에 적극 동참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주님 죽으심의 목적

우리는 누구나 영원히 살고픈 욕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싫어합니다. 유? 무형의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하는 저변에는 영원히 살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끄럽고 무가치한 죽음을 택할 수도 있고, 고귀하고 존경스러운 죽음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 선택은

순전히 각자의 몫 입니다.

주님은 고귀하고 존경스러운 죽음을 택하셨습니다.

타자를 위한 삶이라는 것은 결코 말처럼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그 길은 십자가로 대변되는 수많은 희생과 고독

과 눈물과 고통의 길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묵묵히 그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정신적 유산으로 남겨주기 위해서 죽으셨습니다(요13:34). 그런 의미에서 주님의 죽으심은 그것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준비하고 있는 죽음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최후 심판의 성격

최후의 심판은 사랑의 심판이 될 것입니다.

그날에는 남기신 유업에 따라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도왔는가?’로 따지실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긍휼. 자비. 베풂’이 그날에는 우리의 영원한 운명을 갈라놓을 것입니다. 틀

림없이…(마25:31-46. 마7:21-23).

이 귀한 고난주간을 감상주의로 지내서는 안됩니다. 고난주간을 보내면서도 주님 죽으심의 본질 즉, 위대한 유

업의 계승적 책임을 비켜 간다면 고난주간의 의미는 반감(半減)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의미 있는 기간이 되

시기를 바랍니다.

( 2010. 3. 28. 하사모 설교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