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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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회를 방문했을 때 였습니다.
실무자로 부터 “수료생은 많으나 정착율이 매우 낮은데 이는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
다. 그 순간에 문득, 그렇다면 ‘우리 자신은 얼마나 의미를 알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질
문을 중심으로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의미를 생각해 보면,
 
1) 채무 청산의 기회
 
:40에서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라고 하셨습니다.
우린 너무 큰 빚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롬1:14).
그것도 원수된 우리를 위하여 오셨고, 너무나 외롭고 슬픈 생애를 사시다가, 끝내는 체제 전복기도자라는 누명
을 쓰시고 비참하게도 십자가 이슬로 사라지셨습니다. 이걸 알게 되었다면 목청 높여 “기쁘다 구주 오셨네”만 부
를 일이 아닙니다. 일면으로는 죄송스런 마음도 함께 가지고 불러야 될 것이고 “늘 울어도 눈물로써 못 갚을 줄
알아”(찬 141장)를 부를 때이면 목이 메어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그 심정이 진심이라면, 기회를 찾아서라도 빚 갚는 일에 총력을 기우려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채권자가 이 세상에 없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냥 떼어 먹겠습니까? 아니면, 남은 형제에게라도 갚아
야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형제에게 청산할 것을 부탁까지 하였다면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 형
제를 섬기는 호스피스는 채무 청산의 가장 착실한 기회입니다.
 
2) 흑자 보장의 사업
 
그렇다면, 형제가 누구인가요? 본문은 “지극히 작은 자…”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은 ‘큰 자를 형제’라고 하는데 주
님은 굳이 작은 자라는 것입니다… 사고(思考)의 반전입니다
기독교는 역설(逆說)의 종교입니다. 추구가치와 획득 방법이 세속과 전혀 다른 것입니다.
복(福)을 획득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될 수 있는 데로 큰 자를 섬기라 그래야 생기는 국물이
많단다”고만 강조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와는 정반대의 ‘작은 자’ 말씀을 자주 하셨고, “인생 끝자락에 가보면 안다”고만 하셨습니다. 그
런 맥락에서 볼 때, 섬김의 대상이 작으면 작을수록 우리에게는 유리(有利)할 것입니다. 나중에 웃을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작은 자 입니까? 죽음 앞에 선 자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죽음 앞에 단독자로 서 있는 자 보다 작은 자는 없습니다. 날고 기는 삶을 살았다고 해도 죽음 앞
에서는 말할 수 없으리만치 작아지는 것입니다.
‘호스피스…’ 주님이 “내 형제라고, 잘 부탁한다고, 꼭 기억하겠다고…” 직접 언급하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를
섬기는 사역’입니다.
주님께서 직접 지불 보증까지 서 주신.. 수지를 따진다면 이만큼의 수지맞는 사업이 있을까요?
 
3) 죽음 연습의 기회
 
본문의 배경은 우주적 종말입니다.
그런데 “주님이 오시거나, 우리가 먼저 가거나” 결과는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날들이 있습니다. 탄생과 죽음입니다. 우리의 머리에는 늘 아파트. 진급. 성공… 같은
것으로 꽉 차있지만, 남은 생애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자신의 죽음입니다.
좀 가난하면 어떻습니까. 절대빈곤만 아니라면 그런대로 살만 합니다.
탄생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에게 또 하나 남은 아주 중
요한 날은 죽음입니다. 그리고 몹시 고난도의 과정입니다. 아무도 가 본적이 없는… 같이 갈수도 없는… 반복할
수도 없는… 그래서 가장 두렵고 고통스런 과정을 또렷한 의식을 가지고 맞아야 하는 것 입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라(히 9:27)”를 줄줄 외우거나, 조리 있게 말한다고 해서 그날의 연착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습이 필요합니다. 고난도이기 때문에 연습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직접 죽어 볼 수는 없습니다. 딜레마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간접 경험의 아주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호스피스입니다. 호스피스 현장은 그토록 중요한
내 죽음의 연습장소입니다.
두려움에 긴장된 얼굴로 만난 분들이 따뜻한 봉사의 손길에 마음을 열고, 전하는 복음을 자연스럽게 받아 드린
후, 평안히 지내시다가 평화롭게 떠나가시는 과정을 반복해서 지켜보는 가운데 “아. 터미널 과정에서는 이것이
필요하구나” 혹은 “이분처럼 갈수만 있다면 나도 떠날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의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얼마나 갚진 봉사입니까?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여기에 빚을 착실하게 청산하는 길이 있습니다.
여기에 흑자가 확실한 보장 사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애 최대의 부담스런 과정을 미리 훈련하는 기회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번 맺은 관계의 끈을 소홀히 여기지 않으며 직. 간접적으로 동역의 길을 끝까지 함께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