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길을 묻는 그대에게 *

흔히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적 상황이 개혁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16세기 개혁적 요구는 무엇인가?

그 시절의 교회(교황)는 지존(至尊)이었습니다. 무소불위(無所不爲)였고 교회의 필요는 모두가 정당했습니다.

교회는 거대한 성당이 필요했고, 짓다보니 자금이 모자랐습니다. 돈을 충당하기 위하여 성경의 뜻과는 거리가

먼 면죄부… 심지어는 성직까지도 매매하는 등… 필요에 따라서 행위를 강요하게 되고, 끝내는 행위로 구원이

가능한 것으로 착각할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타락의 극치였습니다.

언제나 본질과 비본질의 혼동은 타락의 시작입니다.

이럴 즈음에 혜성과 같이 루터가 등장하였습니다. 그는 ‘기독교인의 자유에 대하여’ 라는 글에서 롬1:17을 근거

로 “우리의 의로움은 행함에 의해서가 아니라, 믿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종교개혁은 그

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6세기 당시 개혁의 주제는 ‘믿음’이었습니다.

21세기 개혁적 요구는 무엇인가?

루터의 주장은 당시 교회에 팽배해 있던 공로주의를 격파하는 데에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면 선행(善

行)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역기능적 결과도 가져왔습니다.

지금 우리의 문제점은 “구원은 이미 받은 것이니까…”가 강조되고, 그저 개인적으로 열심만 내면 잘 믿는 사람으

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종교는 사회 속에 있다’는 존재 양식에 비추어 볼 때, 더불어 사는 이웃들에게 반드시 아픔을 주게

될 것입니다.

영화 도가니는 실제 있었던 ‘인화학교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회가 공분(公憤)하

는 것은 “어떻게 강자(기득권자)들이 똘똘 뭉쳐서 애처롭기 짝이 없는 약자 중 약자들을 그렇게도 짓밟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하는 것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실제로 일어 난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자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 자체가 천하무적인데다 그것도 꼭 떼거리로 다닙니다. 그러다가

먹이가 보이면 만신창이로 만듭니다. 저는 영화 속의 기득권자들이 마치 사자 떼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교인들이였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단면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바울이 쓴 로마서의 큰 주제는 롬1:17“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입니다. 하지만 사도바울이 줄기차게 강조

한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고전 13장도 바울서신입니다.

오늘 주님도 영생의 길을 묻는 청년에게 놀랍게도 ‘계명(행함)을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너희들의 의가 율법학

자나 바리새인보다 못하면 하나님나라에 들어 갈수 없다”(마5:20)고 못 박아 말씀도 하셨습니다.

여기에는 야고보도 합세하여 “영혼이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까지 강조 하였습

니다(약 2:26).

우리가 잘 살기 위해 노력하기에 앞서서 윤리. 도덕적으로 바르게 살아야 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 가

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시대적 상황은 언제나 변하는 것이니까 이제 개혁의 시대정신도 바뀌

어야 할 것입니다.

16세기 개혁의 주제가 믿음이었다면, 지금은 행함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성경에는 믿음과 행함 두 가지 주장이 다 있습니다.

얼핏 모순같이 여겨지는 두 가지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요? 간단한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믿음으로 출발한 개혁을, 행함으로 완성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목숨을 내 던지며 ‘오직 믿음으로’를 외치고 떠나간 루터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시대적 과

제입니다. 오늘 하루도 개혁자의 정신으로 열심히 땀을 흘리는 저와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