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기독교는 관념(觀念)이 아니라 체험의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만남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세월이 지났어도 도대체가 변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만남 자체가 없었기 때

문인지도 모를 것입니다.

인격적 만남이 있었다면 변화는 필수입니다. 경험되는 변화를 분류하면,

* 존재가 바뀝니다. 원수지간이었던 하나님과의 관계가 다시 화목하게 됩니다. 본래 ‘죽음이나 생명은 관계’에

대한 표현이기에 관계의 회복을 “허물과 죄로 죽었던 존재가 살아났다”고 고백합니다.(엡2:1).

* 신분이 바뀝니다. 사는 것이 마치 죄 짓기 위해서 사는 것 같이 느낄 만큼 많은 죄를 지으며 살던 자들인데 감

히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요1:12).

* 가치관이 바뀝니다. 지금까지 뒤바뀌어 있던 ‘수단과 목적’을 제자리에 돌려놓습니다(빌3:8-9).

가령. 지금까지의 성공은 목적이었습니다. 성공 지상주의(至上主義)가 되고 보니 만족이 없고 “더 더 더…” 하다

가 끝내는 망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회심은 ‘성공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욕심을 내어도 활용 가능한

수준에서 만족하며 그 이상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게 됩니다. 책임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성공은 지상이 아닌, 조화에 있음에 대한 큰 깨달음이 옵니다.

그렇다면 균형 잡힌 조화 의식은 무엇일까요?

첫째 육과 영의 조화

인간은 육과 영을 함께 가진 전인격적 존재입니다. 그 인격의 주체는 영혼입니다.

풍년에 배를 두드리며 “내 영혼아 실컷 먹자”며 육신과 영혼을 혼동하던 부자에게 주님은 “이 어리석은 자야 오

늘밤 너를 부르면 그 많은 재산 뉘 것이 되겠느냐?”시며 분별력 없음을 개탄하셨습니다(눅12장).

주님은 “사람이 떡만으로 살 것이 아니요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모이면 떡

이야기만 하고, 기도를 해도 떡 기도만 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신실한 신앙인이 되려면 아굴의 기도처럼 너무 배부르는 것을 경계할 줄 알아야 합니다(잠 30:9).

둘째 금세와 내세의 조화

내 인생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짧을 수 있습니다.

이것에 동의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마음을 비울수가 있을 것입니다.

한번은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모르고 여전히 밖의 문제(친목회 총무)로 골똘하던 분을 본 적이 있습

니다. 그분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 돌아가셨습니다.

본인에게 죽음을 알려야 하느냐? 마느냐? 로 의견이 분분 합니다만 원칙적으로는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지나온

삶을 정리할 수 있고, 불확실한 미래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병상의 환우 분들에게서 문득 문득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하고, 현세뿐 아니라 내세도 의식하면서 시간에

대한 균형 잡힌 감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나와 이웃과의 조화

우리는 재림을 의식하며 긴장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셨을 때, 우리의 모습이 마치 황제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다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이 되

겠습니까?

본문의 부자는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나사로와는 비교도 안 되게 부유한… 마치 황제와 같은 삶을 살면서도 축복에 도취되어 부조화에 대한

양심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놓고 고민조차 하지 않은 것

이 문제였습니다.

우리가 진정 회심한 자라면, 자신이 상대적 우위에 섰을 때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사명이라는 것

까지를 알아야 합니다(롬15:1).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새해에는 ‘육과 영’ ‘금세와 내세’ ‘나와 이웃’사이에서 좀 더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더욱 균형 잡힌…그

래서 더욱 성숙한 삶이 되도록 노력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