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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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라는 것이 있습니다.
히로시마 원폭의 가공할만한 위력에 놀란 세계가 지구 도처에 깔려있는 핵무기와 급격히 변해가는 기후 환경 등
을 의식하며 인류최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시계입니다. 얼마 전에는 1분이 당겨져서 자정(종말) 5분전
을 가리키고 있다는 섬뜩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혹자는 설마 핵전쟁이야 일어나겠는가? 겹겹이 쌓인 안전장치와 인간의 이성(理性)이 있는데 설마 공멸할 것이
뻔한 핵전쟁까지야 나겠는가 하고 낙관론을 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 최대의 비극인 600만 명 유대인 학살이 게르만 우월주의자들의 선동(집단사고)에 의하여 정당화되
었음을 안다면,
김정일 최대 업적을 핵무기라고 믿고 있는 북한과도 같은 나라가 있음을 안다면, 무턱대고 낙관만 하기엔 왠지
남는 것이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성경은 인류의 마지막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운명의 날 시계는 지금도 쉼 없이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개인적 운명의 시계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도 꾸준히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원래 별로 추위를 잘 모르고 살아 왔습니다만, 올 겨울에는 제법 추위를 타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치 몸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며, 저에게도 역시 개인적 종말시계는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우주적 종말이나 개인적 종말이나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래저
래 종말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늘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본문을 보면 주님께서도 자신의 개인적 종말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의식하셨습니다. 그때 하신 일이 “자기 사람
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것입니다.
기왕에 주님의 뒤를 따르겠다고 나섰고, 더구나 지금이 종말시대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도 주님과 같
은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랑의 정의를 새삼 확인해 보자면
 
1. 이해입니다.
 
지난 연말에 YTN 기자의 취재가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환자의 일반상황 정도를 취재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에는 “환자분들이 제일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던
가요?”고 물은 직후에 대뜸 저에게도 “목사님은 지금 생을 마치신다면 무엇을 제일 후회하시겠습니까?”하는 것
입니다.
젊은 기자의 당돌함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평소 생각대로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사랑하며 살지 못한 것
”이라고 마치 고해성사 같은 심정으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원래 이해를 의미하는 언더스탠드는 상대보다 아래 있다는 뜻입니다.
자존심을 조금만 버려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면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 인터뷰를 하면서 좀 부끄러웠습니다.
제 주변을 돌아보니 걸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늘 섭섭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쪽의 입장
을 생각 해 보니 그럴 수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연하장을 보냈습니다. 내 인생의 종말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자존심은 큰 문제가 아니었고 못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도 화답이 오더군요. 자연스럽게 화해가
이루어 진 것입니다.
 
2. 관심입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런 일들이 너무 배불러서 일어
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 여유를 좀 생산적으로, 이를테면, 사람을 사랑하는데 직접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인가
하고…
돈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봉사와 선교’를 전혀 다른 영역으로 차별화하는 것을 봅니다. 또 너무 계산적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
니다. 하지만 성도의 존재 의미는 어디까지나 선교적 사명에 있고(행1:8), "때를 얻던지 못 얻던지 항상 힘쓰라“
(딤후4:2)하셨고, 더욱이 “(세상으로 하여금)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고
까지 당부를 하셨음을 안다면, 양자 간 차별화 보다는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는 단순 봉사를 위해서 이 땅에 존재하는 자들이 아니라, 파송 받은 선교사들입니다.
개인구원(선교)이 소낙비라면, 사회구원(봉사)은 이슬비입니다.
그리고 이슬비도 적실 것은 다 적신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좀 부끄럽습니다만, 저희 공동체에서는 메트로병원 혈액투석자 중, 어떤 사유로 기초생활보호 대상에서도 제외
된 두 분에게 매월 소액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늘 우울해 하셨다는데 그 후 밝아졌다는 말을 들으며 삶의 용기
를 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저와 그분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아직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재자에 의하여 아마도 제공자가 ‘익명의 성도’라는
정도는 알게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 마음에 이미 십자가 사랑의 씨앗은 뿌려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랑으로’라는 노래에서 보듯이 “어두운 곳에 내미는 손(관심)…”이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한부적 시간들은 실은 사랑만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들입니다.
결코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 종말임을 진심으로 의식한다면 ‘그래도 지금은 사랑할 때’입니다.
 
(1.28 있은 신년 연합 하례회 설교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