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1
기독교에는 고유의 전통적 가치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주님께 물려받은 유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태가 빠르게 변질되다 보니 하나 둘 우리 주변에서 잊혀져 가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1) 겸손
 
기독교 최고의 미덕은 겸손입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이행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본능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 2:5의 원죄가 교만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교만은 태생적입니다.
여기에다가 아래와 같은 변수가 겹쳐지게 되면 여간해서는 자기 관리에 실패하기가 쉽습니다.
* 남보다 좀 많이 배운 경우.
* 남보다 좀 많이 가진 경우.
* 남보다 일을 좀 많이 한다는 경우.
그래서 신분이 조금 상승하거나, 권력(?)이 주어 질 때… 사람이 갑자기 달라짐으로 주변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
우를 심심찮게 경험합니다.
평소에 잠재되어 있던 본능이 자신도 모르게 표출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점에 매우 취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청빈정신
엄밀한 의미에서의 신앙생활은 삶의 중심이 물질세계에서 정신세계로 옮겨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세속의 물결을 타고 왜곡이 거듭되고 보니 이젠 기독교의 핵심 가치가 마치 축복. 성공인 것으로 오해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는 “가난하면 신앙생활을 실패한 것이라”는 괴변도 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질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물질이 주는 유혹을 극복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따라서 만일 어떤 사람이 “돈
에 깨끗하다”는 평을 받는다면, “정말 깨끗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리는 것이 많아지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영혼이 그만치 탁해 질수도 있다는 것에 두려움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잠언 30: 9에서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 한다”고 고백하던 아굴의 소박한 기도가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3) 희생정신
십자가 정신이란 무엇일까요?
희생정신, 즉 “나 하나 죽어서 세상을 살리자”는 정신입니다.
주님이 오신 것은 ‘당신이 죽으심으로 세상을 살리려고’ 오신 것입니다(요 3:16).
나하나 죽어서 가정을 살리고, 나하나 죽어서 교회나 공동체를 살리려는 정신…그것이 십자가 정신입니다.
이것은 특히 저를 포함한 각급 리더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이를테면 솔로몬 재판에서 친엄
마가 보인 마음과 같은…
 
쉼터 건축과정에서 (그때까지 저희 땅을 무단 점용해 오던 곳에 건물이 들어서야겠기에) 위로금을 지불하고 되
찾으려는 저에게 당사자는 “피를 빨아먹는…”이라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참기
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아! 저 말은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십자
가 정신을 생각했습니다.
“나하나 죽으면 안호선이 산다”는 생각을 하니 못 참을 것도 없었습니다. 내가 “명예 회손 운운…”하며 펄펄 뛰
었다면 속이야 시원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혐오시설? 이라며 주민 대책회의가 개최되던 판이었으니 쉼터 정착
이 불가능했음은 밤에 불을 보듯 뻔 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십자가를 생각을 하니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로 부터 “잘못 했다”는 정식 사과의 말을 듣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정착 6년… 이제는 주변으로 부터 "로뎀나무가 들어와서 동네가 예뻐졌다"는 호평을 듣기에 이르고 있
습니다.
 
핵가족 시대를 지나 모레알 시대를 지나가면서 “세상을 죽여서라도 내가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들이 무섭
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두려운 일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겸손. 청빈… 희생은 기독교 고유의 정신적 유산입니다.
급속한 세속화 물결에 밀려서 이토록 소중한 정신적 가치들이 점점 잊혀 져 가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주님이 친히 본을 보여주시고, 물려주신 아름다운 유산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2012. 4. 21 정기 기도회 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