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1
지금 이 시간이 저에게는 남다른 감회의 시간입니다.
 
교회 옆 전파연구소 후문에서 임광아파트까지는 원래가 신아화학공업(주)의 마당이었습니다. 저는 약 30년 전에
는 그 회사 총무. 관리과장으로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4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지났고, 이젠 다른 입장이 되어 이 자리에 서게 되니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
고, 또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35세(1980년)에..중생을 하였습니다.
 
젊은 한때, 세상에 취해 살아가던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주권적 역사로 회심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의
가식 없는 회개의 눈물을 지켜보셨고, 긍휼히 여기실 뿐만 아니라 기회까지 주셔서 지금에 까지 이르고 있습니
다.
이따금씩 저의 ‘부끄러웠던 과거’를 잘 아는 분들로 부터 “어떻게 이렇게도 변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습니
다. 그때마다 저는 “예수가 해답입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저는 규모는 작으나 청년 중심의 관양동 참빛교회를 약 20년 동안 섬기다가 지금은 호스피스 사역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안양호스피스의 소개와
사역의 내용, 그 의미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호선은 1998년도에 설립되어 메트로병원을 중심으로 생애 터미널 과정에 계신 분들을 섬기어 왔습니다. 그러
면서 2007년도부터는 비봉에 전원주택형 쉼터를 건립하여 말기 선고직후 정신적으로 더욱 고통이 심하실 분들
을 모시고 함께 기거하면서 메트로병원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섬긴 분이 약 1,900여분이며, 수
세자가 330분입니다.
 
향후 비젼은, 현 쉼터에 ‘센터 시스템’을 구축하여, 경기 서남부 지역을 폭넓게 섬기기 위하여 기도하고 있으며,
현재 화성호스피스 설립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첫째: 호스피스 대상이란 ?
 
호스피스환자는 2가지 조건을 갖추었을 때를 의미하는데
1) 현대 의학적으로 치유될 수 없고,
2) 생존 가능성 6개월 미만으로 예상되는 환자(예를 들면, 에이즈나 말기 암환자) 즉, 급격히 죽음을 맞게 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둘째: 사역의 의미는?
 
* 선한 사마리아인 사역
호스피스 사역의 성경적 근거는 눅 10장 ‘선한 사마리아인’이며 양자 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생애 최대의 위기, -최선을 다하는 돌봄, -끝까지 함께하는 정신이 그것입니다.
말기 암…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완전히 떼강도를 만난 것입니다.
이 길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마지막 길에 함께하는 호스피스는 곧 현대판 ‘선한 사마리아인’입니다.
 
* 조사(助死)부 사역
탄생 시에는 조산(助産)부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써의 품위를 유지하며 떠나시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를테면 조사(助死)부가 필요합니다.
인생을 비행기로 비유한다면, 탄생은 이륙이고 죽음은 착륙입니다.
이. 착륙에는 마(魔)의 11분이 있는데 이륙은 3분, 착륙은 8분이 어렵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고는 착륙 시에 더
많이 나고 있습니다.
이륙 즉, 탄생에는 태교를 포함한 별의 별 것들을 준비하면서도, 착륙 즉, 죽음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습니다. 사
실은 착륙(죽음)과정에 도움이 훨씬 더 필요한데도...
호스피스는 생의 연착륙(軟着陸)을 돕는 조사부입니다.
 
* 최대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는 사역
인생은 짐이 너무 많습니다(경제, 관계, 감정..)
그중에서도 최대의 짐은 죽음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 -반복할 수도 없는 길, -그것도 혼자 걸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육체적 고통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신적(영적)으로 두려움, 외로움, 서러움의 총체적 고통으로 시달리게 되며
, 그 고통이 점점 더 가중되다가 결국은 떠나시게 됩니다.
호스피스는 이토록 ‘무거운 짐을 조금씩 나누어지자’는 운동입니다.
 
셋째: 사역의 목표는?
목표는 평안(平安)입니다.
불신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날은 저무는데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두렵습니다.
이 두려움은 삶의 평가 즉 심판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깊습니다.
하지만 요 5:24은 우리를 이 두려움으로부터 자유케 합니다.
“내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
니라”는 약속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수세 시에 더러는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 눈물의 성격은 무엇일까요?
서러움? 저는 “안도의 눈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가하면) 성도 즉, 구원을 받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흔들림은 마지막 길에서 삶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립니다.
평소의 멋진 권사. 집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이야기 꺼리로 삼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신에 이들에게는 복음에 의한,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 구원은 이미 받았어요. 심판과는 전혀 무관케 되었어요.
그것도 순간적으로..”(요5:24-25)
“ 이제 당신은 새로운 피조물이에요. 옛날의 당신이 아니에요”(고후 5:17)
“ 영생은 시간적 개념 이전에 관계적 개념이에요. 이제 하나님은 이웃집 아저씨가 아니라 아버지예요(눅15:11-,
요10:28)
” 우리의 구원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리 예정되어 있었어요(롬8:29-30, 엡1:4)”.
“ 지금은 진짜 천국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 요단강만 건너면(눈 감았다 뜨면) 천국이에요. 두려워 마세요”(눅 16:19-24) 등을 여러 각도에서 말씀에 근
거하여 계속해서 지지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평안을 유지할 수 있고, 마음이 평안해야 나머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가 있습니다.
 
넷째: 사역의 선교적 의미는?
 
불신자들에게는 한마디로 선교의 황금어장입니다.
주위 분들로 부터 “그 사람이 세례를 받았다고요?‘하며 놀라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평소 영적상태가 황폐하였
었다는 뜻입니다.
영혼을 가진 존재는 절대 위기를 맞으면 절대자를 찾게 됩니다. 죽음은 생애 최대의 위기입니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입니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 인줄 알면서도 잡습니다.
호스피스 선교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손에 복음을 들려 주는 것입니다. 호스피스는 선교의 황금어장입니다.
 
다섯째: 사역의 개인적 의미는?
 
(1) 자기 죽음 연습의 기회
어떤 야구투수가 큰 대회에서 아주 멋진 플레이로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기자가 비결을 물었을 때 “내 생애의 이
렇게 큰 경기는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을 하니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며 밤새도
록 던지는 연습을 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하였답니다.
저나 여러분에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여전히 아파트 평수입니까? 좋은 차입니까? 아닙니
다. 죽음입니다.
 
죽음은 너나 할 것 없이 난제입니다.
죽음이 정말 난제라고 생각된다면 연습해야 합니다,
그 연습의 과정이 곧 호스피스입니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만난 환우 분들이
죄 사함과 내세에 대한 확신으로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고, 소망가운데 부르심은 받는 것을 반복적으로 지켜보면
서 “아! 저렇게 마칠 수만 있다면 나도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죽음에 대한 담대함은 ‘이론적 학습’만으로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것입니다. 연습을 통해서 확고해 질수 있습
니다. 호스피스는 내 죽음의 연습입니다.
 
(2) 그날을 위한 확실한 담보(擔保)
본문은 심판대 앞 장면입니다.
“온 인류를 한 곳에 모아 놓고 양과 염소로 나누겠다” 하셨습니다. 양은 천국이고, 염소는 지옥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회색지대… 즉, 피할 곳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분류 기준은? 놀랍게도 “작은 자”입니다.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 큰 자. 큰 자”하며 찾아다니는데, 주님은 항상 “작은 자”를 말씀하셨습니다.
작은 자 중에서도 가장 작은 자는 죽음을 앞둔 사람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참으로 다양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한때는 정말 대단하셨을 것 같은 분들도 죽음 앞에서는 극히 작아진 상태에서… 그것도 예외 없이 외롭게 서 있
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호스피스는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큰 자만을 골라서 섬겼다면, 상은커녕 책망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겠지만, 주의 이름을 걸고 소위 큰 일?을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 가운데는 “난 아무
리 봐도 넌 모르겠어. 열심히는 했다지만 사실은 너 좋아서 한일이잖아”하실 대상이 있을 것입니다(마7:21-23).
두려운 일입니다.
거기에 비하여 그날을 확실히 담보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작은 자 사역입니다.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호스피
스는 미래를 확실하게 담보하는 사역입니다.
‘그날을 위한 담보…’ 그 어떠한 복에도 비유할 수 없는 큰 복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제가 호스피스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내 인생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짧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정말로 의식한다면, 늘 종말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큰 자가 아닌,
작은 자를 섬겨야 합니다.
그래야 그날에 남는 것이 있고, 남는 것이 있어야 진짜로 잘 살고 가는 것입니다.
기왕이면, “정말 잘 살다가 가게 해 달라”고...
뜨거운 기도로 이 아침을 열게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5월15일 있은 안양감리교회 마가다락방 특새 설교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