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1
지난 10월 24일. 시사 주간지 <시사인>는 창립 5주년 설문조사 결과에서 국민들의 종교 신뢰도가 천주교
(61.8%), 불교(55.1%), 개신교(28.1%), 원불교(6.9%) 순으로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자존심 차원이 아니라 선교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믿음이 가지 않는 종교를 찾을 사람
은 없기 때문입니다.
발만 구를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 타개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인정함’이 필요하다
<시사인>은 천주교가 1순위를 차지하게 된 것에는 우리 사회의 힐링 역할을 자임(自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천주교 신부들은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 적극 개입하며 어려운 이들을 어루만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몇 가
지 사례를 들기도 하였는데 저는 여기에 카톨릭 최고 지도자 김수환추기경의 소천과 관련하여 소개된 휴머니티
했던 삶과 인기리에 반복 방영되었던 이태석 신부의 실화 ‘울지마 톤즈’도 한몫 단단히 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한편, 불교의 신뢰도도 예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특히 20대 58%가 불교를 가장 신뢰하는 종교로 꼽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이는 “모 대선 후보와 청춘콘서
트를 이끌었던 법륜 스님과 SNS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혜민 스님이 청년들의 신뢰도를 끌어올린 견인차 구실
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마디로 불교가 은둔에서 소통종교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되었습
니다.
 
반면, 개신교의 신뢰도 추락 배경에는 “최근 심화되기 시작한 개신교 편향 논란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목
회자들의 비도덕적 행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하였습니다.
이러한 평가를 모두 인정할 수는 없을 지라도 일부 공감되는 내용이 있다면 이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가 신
뢰를 회복하는데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적극적 알림’이 필요하다
그런가하면 기독교에 대해 오해된 부분도 있습니다.
가끔은 “기독교는 배타적이고 사랑이 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것은 오해입니다. 다소 배타적으로 보일수 있
는 것은 유일신관에 근거한 구원관 때문에 양보에는 한계가 있을 뿐입니다(요14:6, 행4:12).

 
지난 10월 27일에 한국호스피스협회 추계학술대회가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5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대회를 가졌습니다. 한국호스피스협회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
진 단체입니다.
산하 10개 지회에 회원기관이 100개가 넘으며 국내 호스피스 관련단체 중 최대의 연합체입니다. 가장 댓가를 기
대하기 어려운 봉사가 호스피스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돌보아 드리다가 떠나시면 그만이니까요. 이기주의적이
란 말은 호스피스를 두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일부에 문제가 있었다고는 해도 그야말로 일부일 뿐입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하늘의 뜻을 땅에 구현키 위하
여’ 헌신하는 민초(民草)같은 교회가 이 땅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를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 침묵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실천적 아비가일’이 필요하다.
상황이야 어떻든 우리는 지금 평소 점수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영적 정복의 진정한 의미는 자기 희생을 통하여 달성되는 것입니다.
소금과 빛이 자기희생을 거부한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실천적 아비가일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한때 망명생활을 하던 다윗에게 보호막의 은혜를 입은 바 있는 부자 나발은 도움을 청하는 다윗의 청을 “웃기지
도 않는다”는 식의 모욕감과 함께 거절합니다.
이에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다윗이 부하들을 데리고 “아예 그 집 남자의 씨를 말리겠다”며 그들에게 다가
갑니다. 일촉즉발입니다. 이때 이 다급한 소식을 들은 나발의 처 아비가일은 남편 몰래 많은 선물을 준비하여 다
윗 앞에 나아가서는 “당신같이 훌륭한 분이 어찌 이렇게 하찮은 인물에 마음을 쓰시느냐고.. 원수 갚는 것은 하
나님께 있지 않느냐고.. 당신은 하나님이 세우신 분이시니 곧 좋은 일이 있을 꺼라”하였습니다.
이 말은 흥분한 다윗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하였고 오히려 감동을 이르켜 “과연 네 말이 맞구나”하며 분노를 삭

이고는 돌아가게 됩니다.
그녀는 참으로 지혜로운 여인이었습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신으로 집안 몰살의 위기를 넘겼기 때문
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지금은 비록 정황은 달라도 그 정신은 여전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적극적 실천이 유일한 타개책입니다.
몇일 전. 쉼터 진입로 건물에 ‘토지 인허가 관련법 연구소’가 들어섰습니다. “혹시 건축을 위하여 목장지를 대지
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해서..” 그곳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소장님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아. 좋은 일
하신다는 그 요양원에서 오셨군요. 많이 들었습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듣는 말이라서 민망도 하였으
나 기뻤습니다. 주님께서 받으실 영광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기독교를 위기에서 구해 낼 ‘실천적 아비가일’이 요구됩니다. 그것도 아주 시급히…
오늘 섬김의 의미를 ‘아비가일 정신’에서 찾게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2. 11. 5 있은 하루찻집 개설 예배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