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1
올해 우리 사회적 현실을 압축 표현한 사자성어는 ‘擧世皆濁(거세개탁)’입니다.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
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도 한해를 마감하며 그간의 삶을 압축 표현하여 드릴 수 있는 고백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한마디
로 “감사”입니다.
무엇을 감사해야 할까요?
 
첫째, 생명 있음에…
우리가 호스피스라면 뭐니 뭐니 해도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세상 어디에나 굴곡과 우열은 있게 마련입니다. 개인능력의 차가 있고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단 생명이 있음을 생각하면 그보다 감사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한해만해도 병원에서 110분 이상이, 같이 뒹굴고 지내던 쉼터에서만도 여섯 분이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흔히 “말은 태어나서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낸다”고 합니다. 그만큼 환경이 주는 영향력(메시지)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떠나는 것을 면전(面前)에서 보면서도 살아있음에 감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영혼
이 없는(?) 사람’입니다.
 
둘째, 쓰임 받았음에…
신앙을 가지게 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바뀝니다. 그 중에 하나가 ‘복에 대한 개념’입니다.
그 이전에는 오로지 ‘쓰는 것’이 복이었습니다. 그러나 구원을 받고 예수그리스도의 위대한 생애를 흠모하게 되
면서 부터는 “아- 역시 진짜 복은 쓰임을 받는 복이구나!”에 대한 큰 각성이 생깁니다.
우리는 각자의 형편에 따라서 마치 개미군단처럼 조금씩 힘을 모아서 하나님나라를 건설해가고 있습니다.
12월 24일 아침 일찍부터 동역사업체를 돌며 예쁜 ‘결연증’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렸습니다. 대부분이 경제적
도움을 주시는 사업체들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사업상 어려움 때문에 후원은 잠시 중단하셨어도 “새벽마다
기도하고 있다”시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봉사로… 어떤 분은 물질로… 어떤 분은 기도로 힘을 합쳐서 오늘의 안호선이 성장해 가고 있는 것입

니다.
올 한해 우리 모두가 받은 복은 ‘함께 쓰임을 받는 복’이었습니다.
 
셋째, 적립 마일리지에…
그동안 우리는 쓰임을 받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족적을 남겼습니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일한만큼 평소점수를 확보한 것입니다. 그동안 흘린 땀과 때로는 흘려야만 했던 눈물이 있습
니다. 때로는 억울한 일, 손해 본 일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러워 마시기 바랍니다.
잠 19: 17에서는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 것이니 그 선행을 갚아 주시리라‘고 하셨습
니다.
하나님의 보상방법은 후결입니다. 선행은 어떤 형태로든지 보상될 것입니다.
“네 인사는 네 인사. 내 인사는 내 인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역을 보상 때문에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미 받은 은혜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하나님대로
인사가 있는 것입니다.
유형 아니면 무형으로…나 아니면 자손으로… 금세가 아니면 내세에서 까지 반드시 갚아 주겠다고 어인(御印)찍
힌 약속이 있습니다.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도 세월이나 까먹고 사는 소비 지향적 인생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봉사를 중심으로 차
원 높게 사는 생산 지향적 인생도 있습니다.
“내가 내 돈 쓰는데 왜 말을 하는가?” 큰소리치며 사는 세속 가치적 인생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아껴서 하나님나라 건설을 위하여 정성을 쏟는 선교 지향적 인생도 있습니다. 연말정산 과정에서 확
인되는 그분들의 정성 앞에 숙연해지기 까지 합니다.
이 근거가 어찌 땅에만 남겠습니까?
계 22:12에서는 “각 사람에게 그의 일한대로 갚아 주리라”고 하셨는데 무슨 근거로 구별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하늘 장부에 기록된 업적을 꼼꼼히 챙기실 것입니다.
그날에는 부자보다는 가난한 자를 섬긴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큰 자보다는 작은 자를 섬긴 것이 훨씬 높은 평가
를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받을 복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진짜 큰 복은 미래를 대비한 보상 마일리지입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우스개 같은 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해를 넘기면서 생각해 보니 이 말은 우스개가 아니라 진리였습니다.
2012년은 이미 과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게 하시고, 더구나 마일리지 기회까지 주신 하
나님께 감사치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시작이 반이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무리는 전부”입니다.
한해를 무엇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으십니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감사입니다.
생명이 있음에… 쓰임을 받았음에… 적립된 마일리지에 진심으로 감사하시기를 바랍니다.
 
(2012. 12. 27 송년기도회 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