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은혜’라는 용어에는 “받음”과 함께 “깨달음”의 의미가 있습니다.
흔히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은혜 받았습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만, 그 의미는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라는
의미로 드려야 할 인사입니다.
 
성탄절 은혜… 즉, 성탄절에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했을까요?
어떤 이는 선물을, 어떤 이는 파티를, 어떤 이는 성탄의 기쁨을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성숙한 믿
음을 가진 자라면 ‘기쁨’과 함께 ‘숙연한 마음’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오심은 우리의 씻기지 않는 더러운 죄악 때문에 오시는 것이고,
처음부터 고난과 십자가를 전제로 한 오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되실 거라면 왕으로 오셔도 되실 터인데, 말구유에서 시작하여 평생을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지내시다가
끝내는 십자가 상에서 비참한 생애로 마치기로 처음부터 작정하고 오시다니… 평생을 살면서도 단돈 만원을 조
건 없이 주기도 어려워하는 우리로서는 감도 잡지 못할 사랑을 받은 것입니다. 생각이 있는 자라면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부르다가도 문득 숙연해 질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원래 “사랑이나 미움”은 관념입니다. 표현되지 않으면 남이 알 수가 없습니다.
요한 1서 4:16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라고 하였습니다. 성탄은 그것이 진실임을 입증하신 사건입니다.
사랑이란 아름다운 일이지만 일방적이면 곤란합니다.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결과는 피차가 불행만 더 해질 것
입니다.
하나님의 우리를 향하신 사랑이 그렇게도 진지했다면,
우리의 하나님을 향한 사랑 또한 그만큼 진지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맞습니다.
 
그렇다면 주님을 향한 우리의 진실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까요?
요 14: 24 “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하셨습니다. 그분 기대의 본질을 이해하고 제대로 순종하
는 것입니다. 그분 기대는 무엇일까요? 사랑입니다. 사랑이 평소하신 모든 말씀의 핵심입니다(고전 13:13).
그것은 최후 심판대 앞에서 재확인 될 것입니다. 그날에는 모든 인류를 한데 모으고 양(천국행)과 염소(지옥행
)로 구별하실 것이고, 그 구별 기준은 ‘사랑’, 그것도 ‘작은 자’, 그것도 ‘하나’에 두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마 25:40).
굳이 작은 자를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형제에는 큰 자가 없었습
니다.
혹자는 “행위로 구원을 받는다는 말인가?”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생명이 주님 생명과 맞바뀐 사실을 진
심으로 안다면 그런 말장난은 정말이지 곤란합니다.
 
작은 자 중에서 작은 자는 죽음의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아무도 가 본적이 없는… 돌이킬 수도 없는… 그것도 홀로 가야 하는 몸서리치게 외롭고 두려운 길… 이 길이 죽
음의 길입니다.
세상에서 이들처럼 작은 자가 있을까요? 호스피스는 바로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일 년 동안도 이토록 작은 자 90여분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큰 복이었지요. 같은 세월을 생각 없이 지내 던 사람들도 있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긴장을 풀 수 없게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마7:15-23에서 그날에 “그동안 이런 일도 하고 저런
일도 하였다”고 목청을 높이는 자들이 있을 것이고, 그때 더러에게는 “얘야. 실적은 알겠는데 실은 ‘너 좋아서’(기
분으로, 주변인정으로, 치사한 대가로) 한일이 아니었니? 분명히 말 하건데 그건 처음부터 나와는 무관한 일이였
지”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지금은 호스피스 운동으로 뛰어 다니기는 한다지만 그날에는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뛰어 다녔느냐로 평
가받아야 할 성도 김승주일 뿐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우리가 현장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우리의 생애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짧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우리 가운데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송년예배를 또 다시 드릴 수 있다고 장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연말에 맞는 성탄절은 계절적 분위기와 겹쳐서 온 세상의 기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기뻐하고만 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분의 기대를 알기 때문입니다.
내년의 작은 자 사랑은 올해보다 ‘더 뜨거운 사랑’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3. 12. 26 송년기도회 설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