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는 그대에게 *   언젠가 “호스피스가 귀한 것은 알겠는데 왠지 삶이 위축되는 느낌이 들어서 부담스럽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 다. 피상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죽음은 절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정면 돌파를 해야 할 것입니다. 정면 돌파의 방법 중에는 역발상이 있습니다.   삶의 에너지는 죽음을 의식할 때 더욱 강렬해 질수 있습니다. 자신이 극히 제한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에너지는 극대화 될 것입니다. 방학 숙제는 방학초기보다는 개학날을 앞두고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기말이나 중간고사도 시험이 공시되던 날 보다는 막상 날짜가 임박할수록 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게 되듯이 말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는 인생은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사람들에 비하여 훨씬 진지하고 계획적이고 생 산적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인생은 누구나 안개와 같이 빠른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생의 본질에 충실하기에도 너무나 빠듯한 것이 인생입니다. 본질과 비본질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는 죽음(한계)을 바로 이해하는데서 가능할 것입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향하여 가는 입장이 아니라, 죽음의 자리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입장입니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 볼 수만 있다면 남은 삶이 진지 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죽음의 자리에서 지난날들을 돌아 보건데 과연 바르게 살아온 것인지…아니면 뭔가에 휘둘리며 살아온 것인지 를… 생각해 보게 하는 봉사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남은 생애를 위하여 삶의 태도를 과감하게 바꾸어 보게도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호스피스 교육은 어떤 ‘기술을 배운다. 자격증을 획득 한다’는 차원이 아닌 ‘삶의 태도를 점검해보는 귀한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공부를 많이 하신 어른께서 교육을 마치며 “최고의 학문을 마치고 나간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느 어르신 은 “젊을 시절에 이런 교육을 이수하였다면 좋았을 것을…”라고 하시며 아쉬운 말씀을 해 주신 적도 있습니다.   호스피스 교육은 평소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러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진정한 희망의 의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죽음!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방법은 유일합니다. 정면 돌파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가능한 한 죽음 가까이에 가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하여 죽음의 의미도 생각해 보고… 유언장도 써 보고… 입관체험도 해 보면서 죽음 가까이에 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참된 죽음과 희망의 의미도 찾게 되었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