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을 접할 때마다 “그 머리와 열심 가지고 양지에 나와서 살면 훨씬 잘 살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생각일 뿐이지 그들은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게 되니 좀처럼 거기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은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할까요? 감사입니다.

없던 목표가 생기고, 공허에서 의미를 찾고, 그래서 냉소에서 긍정으로 변하는 것이 신앙세계입니다. 그러다보

니 온통 감사할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것

우리는 평균 여명(餘命) 20일 남은 분들을 섬기는 호스피스입니다.

우리는 사명을 받았으니까 생각 없이 그냥 봉사만 하는 것인가요? 봉사하면서 얻는 메시지는 없나요?

본문은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도 장담해서는 안되는 것은 자식뿐이 아

닙니다. 자신의 인생도 장담하면 곤란합니다. 안개와 같이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호스피스들은 무엇을 감사해야 할까요? 돈? 지위? 남이 알아 줌? 아니예요. ‘살아 있음’이예요.

가끔 너무 힘들어서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얼마나 힘이 들면 그렇게까지 표현을 하겠습

니까? 하지만 우리 환우 분들 앞에서는 절대로 금해야 할 말입니다. 혹여나 이런 질문 받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

입니다. “그래요? 그럼 나랑 바꿔 볼레요?”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어제 돌아가신 분이 그렇게도 살고 싶어 하시

던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쓰임 받고 있는 것

살아 있음 뿐 아니라 아직 이모저모로 ‘쓰임 받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가끔 호스피스를 하다가 별 의미를 못 느낀다는 사람을 봅니다. 핵심을 놓친 사람입니다. ‘살아 있음’이 얼마나

감사하고, 더구나 ‘아직도 쓰임 받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데..

우리에게는 언젠가는 이 모든 관계가 물리적으로 끊길 날이 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남을 위한 봉사가 얼마나 감사 한 일인지요. 봉사는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언젠가 대기업 임원으로 지내던 분이 월 몇십만원 정도를 받으며 모 단체에서 써빙 일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년퇴직을 하고 집에서 지내다 보니 생활 걱정은 없으나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지금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으며 ‘너무 행복하다’며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중요한 것이고, 그 중에서도 남을 위해서 하는 일..그 중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마지막 친구가 되어 주는 일을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봉사는 반드시 몸으로 하는 것만이 봉사가 아닙니다.

어느 분이 “무엇이 필요하신가요?”고 물었을 때 “친구가 필요합니다”는 말을 하더랍니다.

그저 옆에 있어만 주어도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이 친구입니다. 또한 현장에서 이 일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기도

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고, 재능 기부해 주시는 것도 모두 친구라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은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친구라야 가능하겠지요.

가까운 사람들 끼리 좋은 글이나 정보를 보낼 때 두 가지 반응을 봅니다.

이따금씩 짧게나마 답신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고, 아예 묵묵무답인 경우가 있습니다. 꼭 화난 사람처럼..

내용이 대수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상대는 마음을 보내는 것인데 이따금씩은 어떤 형태라도 답신을 보내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도 응답이 없으니까 재미가 없어지고 나중엔 자존심까지 상하면서 아예 메일이나 전화번호를 지

워 버리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상. 하반기 분기점을 그냥 넘겨서는 안됩니다. 꼭 중간 결산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살아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