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9세기 중엽 오늘날 시리아의 다메섹에 주둔한 군대 사령관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나아만’이었다. 그는 승승장구하던 한 장군이었다. 당시 고대 근동의 강대국인 아람 왕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개역개정성경은 “그의 주인 앞에서 크고 존귀한 자”라고 소개한다. 정말 나가던 사람,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병이 있었다. 성경은 나병이라고 하는데, 그 원어의 의미는 각종 ‘피부병’이다. 성경은 그의 피부병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도였는지 말하고 있지 않다. 적어도 쉽게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그가 치유된다. 깨끗이 치유된다. 어떻게 치유가 되었나?

1. 나아만 치유, 한 소녀로부터 시작되다

나아만이 병을 고칠 수 있었던 것은 나아만의 집에서 일하던 이스라엘 출신의 계집 아이가 엘리사를 소개했기 때문이다(3절). 이 소녀는 전에 아람 군대가 이스라엘에 가서 포로로 잡아 온 아이였는데, 나아만의 아내를 수종들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자기 주인 나리가 나병 환자인 것을 알고 북이스라엘의 사마리아에 있는 선지자 엘리사를 소개한다. 아이로 번역된 헬라어는 아주 하찮은 작은 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아이의 말이 얼마나 확신에 찼던지 나아만은 여자 아이가 말한 것을 믿고 왕에게 가서 이스라엘에 다녀오도록 허락을 받는다. 물론 나아만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말이다. 하나님은 나아만의 치유에 한 여자 아이를 사용하셨다.

흥미롭게도 나중에 나아만이 요단강에서 치료될 때, 성경은 그의 피부가 어린아이의 피부처럼 깨끗해졌다고 했는데(14절), 어린아이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앞서 나아만 장군에게 엘리사를 찾아가도록 권했던 어린 여자 아이와 같다. 이것은 나아만이 어린 여자 아이의 말을 듣고 따랐을 때 그 여자 아이의 말 그대로 하나님이 이루셨음을 뜻한다. 어린 여종이 나아만을 직접 고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엘리사에게 하나님의 능력이 임한 것을 확신하고 엘리사를 소개해준 것뿐이다. 확신을 가지고 말이다! 나는 비록 약하지만 주님은 우리를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실 수 있음을 믿고 기도한다면 주님의 치유 역사가 나타날 것이다.

반면에 어린 여종과는 달리 힘깨나 있다는 어른들은 믿음이 없었다. 당시 이스라엘 왕은 나아만의 나병을 고쳐 달라는 아람 왕의 친서를 받아들고서는 자기 옷을 찢으며 분노했다. “내가 하나님이냐? 내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겠느냐?”며 씩씩댈 뿐이었다. 어린 여종은 북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에 있는 선지자가 있으며, 그가 틀림없이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한 나라의 왕은 자기 나라에 엘리사라는 위대한 선지자가 있음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신약에서도 어린 아이의 믿음이 놀라운 이적으로 나타난 사례가 있다.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이적은 한 아이가 바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통해 이뤄지지 않았는가? 이 아이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님께 드린 것에 대해 안드레는 이 많은 사람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말할 뿐이었다(요 6:9). 그러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예수님의 손에 쥐어 졌을 때,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남는 놀라운 이적이 일어났다. 주님의 이적은 어린 아이를 통해서도 일어난다. 호스피스 봉사자는 이런 어린 아이의 심정을 가져야 한다.

2. 치유는 말씀에 대한 믿음으로 이뤄진다

아람 왕의 허락을 받고 나아만 장군은 결국 사마리아에 사는 엘리사의 집에 도착한다. 그런데 엘리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심부름하는 사람을 집 밖으로 보내 이렇게 지시할 뿐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아만은 화가 나 돌아가며 말했다. 엘리사가 직접 자신에게 나아와 서서 그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고 상처 위에 손을 흔들어 고쳐 줄 줄 알았다는 것이다. 자기가 사는 아람 나라 다메섹에 있는 아마나 강이나 바르발 강의 이스라엘의 강들보다 못해서 내 병을 못 고친 줄 아느냐고 말하며 화를 냈다.

나아만은 자신의 병이 낫기 위해서는 어떤 요란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치유는 어떤 절차나 의식에 좌우 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말씀에 대한 믿음 뿐이다. 즉 강이 치유한 것이 아니라 말씀과 말씀에 대한 순종이 치유한 것이다.

마태복음 8장 5-13절을 보면 한 로마 백부장이 예수님을 찾아와 자기 ‘하인’이 중풍병으로 몹시 괴로워하며 집에 누워있다고 말씀드리며 치유를 간구했는데, 예수님은 그의 믿음에 대해 놀라워하며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노라”(10절)고 칭찬하셨다. 이방인 백부장의 믿음이 이스라엘의 어떤 사람의 믿음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의 믿음은 예수님을 놀라게 할 만큼 대단한 믿음이었다.

그러면 이 백부장이 어떤 점에서 뛰어난 믿음이었는가? 백부장은 집에 찾아가서 고쳐주겠다는 예수님을 만류하며 ‘말씀으로만’ 하시라고 부탁드렸다. 백부장은 예수님의 말씀의 권위를 굳게 믿었다. 마태는 이 사건 후에 예수께서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내시고 병든 자들을 다 고치셨다고 보도한다(마 8:16). 말씀의 능력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몸을 치료하는 것은 의학이지만, 우리의 몸과 영혼을 치유하는 것, 즉 전인적 치유는 의학과 더불어 하나님의 말씀이 함께 해야 한다.

나아만이 화가 나서 돌아가려고 하자, 주변의 종들이 만류한다. 호스피스 사역을 담당하는 분들이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환자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호스피스 봉사자가 섬기는 환자는 더 이상 의학적 치유가 무의미한 분들이다. 이 분들은 절망 혹은 분노할 수 있다. 이들의 감정을 다 다독이고, 말씀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3. 하나님을 알게 되다

화가 나서 돌아가려는 나아만 장군을 그의 종들이 만류하며 요단강에 가서 몸을 씻으시라고 권한다. 나아만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마도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엘리사가 지시한 대로 요단 강에서 일곱 번 몸을 푹 담갔다. 나아만이 요단강에서 몸을 씻자 그의 피부가 어린아이의 피부처럼 회복 돼 깨끗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이제 이스라엘 외에는 온 천하에 신이 없는 줄을 아나이다”(왕하 5:15). 나아만 장군은 참 하나님은 오직 이스라엘에만 계심을 알게 되었다.

나아만 이야기의 강조점은 엘리사를 통해 나아만이 문둥병을 치료되었다는 사실에 있지 않고, 나아만이 이스라엘의 하나님만이 참 신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데에 있다. 사실 나아만이 아람 군대 장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그를 도와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람 왕의 군대 장관 나아만은 그의 주인 앞에서 크고 존귀한 자니 이는 여호와께서 전에 그에게 아람을 구원하게 하셨음이라 그는 큰 용사이나 나병환자더라”(왕하 5:1).

보라 나아만 장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나? 여호와 하나님이 그에게 승리를 주셨기 때문이다.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 안에서만 역사하시는 분이 아니라, 전 세계를 다스리시며, 온 우주를 통치하시는 분이시다! 나아만은 이 사실을 몰랐다. 자기가 잘 나서 승승장구한 줄 알았다. 그러나 문둥병에 걸리게 되고, 결국 그가 우습게 여기는 이스라엘에 직접 와서 엘리사를 통해 치유됨으로써 비로소 여호와 하나님만이 참 신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나아만이 병에 걸린 것도 하나님을 알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은혜다. 호스피스 봉사자는 환자들이 하나님을 알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들이 치료 불가한 병에 걸리고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이것은 저주가 아니라 하나님을 알고 예수님을 믿어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게 해야 한다. 그래서 천국의 소망을 갖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