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와 호스피스 3
김승주 목사
본회 실무책임자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들의 합리적 이유 중에는 '본인과 가족이 원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 본능은 어쩌면 자기 의지와는 관계가 없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면 "왜 밥을 먹
는가?, 왜 살려고 하는가?" 라는 질문처럼 어리석은 질문도 없을것입니다. 살려고 하는 것은 본능입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죽기를 원한다면, 본능을 억제할 만큼의 그 어떤 엄청난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상담의 종류에는 '위기 상담'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의 위기 상황에 개입하여 생명을 구해내는
상담입니다. 이는 전인적 존재로써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매우 노련한 상담기법을 익힌자라야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반드시 가까운 사람 혹은 전문 상담자에게 그의 계획을
알립니다. 이때 상담자는 사무적 혹은 권위적 처신이 아닌 한 고통받은 이에 대한 친구로써의 연민의 마음과 신  
뢰심을 주어야 합니다.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의 가멍을 다 털어놓도록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그의 격한 감정이 순화되도록 오래오래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상담자는 절대로 앞서거나 말을 많이 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진지한 대화로 상담의 목표가 이루워질때 쯤이
면 "같은 인간으로써 진심으로 이야기하겠는데 당신은 정말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로 그의 다시
살아나는 생존 의욕을 복돋아 주어야 합니다. 죽고 싶었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는 죽
지 않습니다. 자살자가 그 계획을 미리 알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죽기 싫다는 또다른 표현인 것입니다. 이 위
기 속에서 건져 달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래도 말기환자들의 "죽고 싶다"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십니까?
자발적 의사라기보다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나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경제적 이유들을 의식한 어쩔 수 없는
요구일 가능성이 너무도 높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실은 귄리보다는 강요된 의무인 것입니다. 주변 눈치를보
면서 어쩔 수 없어서 죽어주는 것입니다.
또 안락사 강변자들 중에는 "환자 한사람으로 인하여 가족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핵가족화가 가속화 되어 가는 현 시대적 상황에서 이 말은 충분히 설득
력이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문제에 대하여는 저희가 그동안 300여 환우들을 섬기면서 현장에서 느낀
바를 전언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유가족들 중에는 죄책감으로 고통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 는 말이 있듯이 대책 없는
현실 앞에서는 가족들도 자연히 사무적이 되고, 때로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들을 한
두번쯤은 갖게도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현실로 다가왔을 때 "용서해주세요" 하면서 시신을 붙잡고 몸부림치며 통곡하는 이들을 종종 보아왔습니다.
두번쯤은 갖게도 되는 것입니다. 내색 않고 단지 생각만 했어도 그렇게도 괴로워하는데, 하물며 가족의 '죽음
'을 적극적으로 동의를 했다면 그가 가지는 죄책감은 무엇으로 상쇄하겠습니까?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데는
실리적이나 감정적 요소보다는 의지적 요소가 더 강조되어야 합니다. 하니님이 우리에게 가정을 주신 것은 날
로 비인간화의 도를 더해 가는 막가는 세상의 마지막 보루로써 주신 것이 아닐까요?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려는 무모한 짓은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생명은 절대로 사람이 끊   
어서는 안됩니다.
 
지난번 모 방송국의 취재시, 카메라는 산소공급기계에 맞춰진 체 환우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안락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이들이 "지겨워서 죽고 싶다"라는 답을 기대하지는 않는가? 하는 생
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환우님들의 공통된 답변은 "안락사는 그 어떤 경우라도 안 된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시간까지는 살아야 한다." 이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그때 인터뷰하시던 환우님들은 단 한 분
도 이 땅에는 계시지 않습니다.하나님께서 정하신 때가 이르매 평온하신 가운데 모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
셨기 때문입니다.
말기환자들의 평안한 죽음... 그것은 남아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다음 호에는 '선종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