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와 호스피스 40
김승주 목사0
본회 실무책임자0
 
지금까지 우리는 공론화가 시작된 안락사와 관련하여 "안락사는 안 된다"는 전제 하에 그 타당성을 찾아보았습
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해야 할 것은 안락사를 거부한다는 것이 곧 죽음자체를 부정한다
던가 혹은 무모하게 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에 대한
인위적 단축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히9:27에서는 "한번 죽는 것이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라고 하셨
습니다. 이 말씀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아니요" 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중 죽음을 피할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왕에 맞이할 죽음이라면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잘 정리
된 선종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는 준비과정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을 만날 때마다 사전에 철저한 준
비를 하곤 합니다. 선종이 생애 최대의 과제라면 여기에도 그만큼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몇 년전 저는 성지순례를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을 돌아보고 귀국 길에는 로마를 돌아보기로 코스
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비행기는 로마공항을 내려다보면서 크게 원을 그리면 선회하더니 서서히 착륙을 시도하
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무엇에 이상이 있었는지 몇 번씩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반복선회를 계속하더니 한참
후에야 드디어 착륙을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비행기를 탈 기회가 많지 않은 저로써는 비행기의 이착
륙시마다 긴장할 수밖에는 없었는데 그런 가운데에서 무사히 착지가 완료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던 저로써는 순간 당황하기도 하였습
니다. 그러나 사연을 알고 보니 무사히 안착한 것에 대한 감사의 박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아주 귀한
교훈을 하나를 얻었습니다. 이륙이나 정상 비행도 중요하지만 안착이야말로 정말 귀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었습니다. 착륙에 실패하면 그동안의 모든 것이 다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무사한 안착을 위해서는 랜딩기어의 확인, 정확한 각도, 풍향, 속도 등에 대한 고도의 조절능력 즉 안착을 위한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임종 과정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선동이 무엇입니까? 무사한 착지가 아니겠습니까? 우리에
게도 인생의 성공적 착지를 위햐여는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인생의 성공
적인 착지를 방해하는 요인들 (즉 "본인이 죽고싶다" 고 할 수밖에는 없었던 요인)이 무엇인가를 찾아보
면서 "안락사에 대한 대안은 있는가?"에 대한 긍정적 답안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1.신체적인 고통
대부분의 말기완자 (특히 암환자)들이 형용키 어려운 극심한 통증 때문에 고통하고 있습니다. 통증에는 복합적
인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성장을 조절할 수 없이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가 주변의 신경을 누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통증의 정도는 분만의 고통이나 손가락 절단의 고통보다 더 하다고 하며 그것도 주기적으로 끝임 없이 계속
된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아닐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하는 요구
를 이해 할 수 있겠는지요?" 하지만 이 무서운 통증에 대하여 전혀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약성 진통제
    적극적인 투여, 이것이 그 대안입니다. 지난 7월 18일 모 방송국에서는 "이제는 완화 의학이다"라는 제목의 프
로를 방영한 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의학의 관심은 생명연장에만 있었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자
기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같아 관심을 갖질 않았다는 것이었고, 그러나 의학이 그렇게 발전해왔
음에도 인간은 여전히 죽어가야만 한다는 것과 특히 죽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극심한 통증을 어떻게 할 것
인가? 하는 문제제기에서 기획되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진들은 서양에 비하여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소극적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의료법에
저촉된다고오해하거나 "혹시 중독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모 대학병원의 임상결과는 1000명중 1명이 중독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0.1% 확률때문에
99.9%의 사람들이 뼈를 깎아 내리는 고통을 견디고만 있는 것입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까지 절규하는
이웃앞에서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팔장을 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다음은 '선종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제2편 '사회적 고통'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