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0
본회 실무책임자0
안락사와 호스피스 8
제 3편 영적고통
1. 의미의 추구
2. 용서의 욕구
3. 사랑의 욕구
 
한 사람이 건강한 인격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절대 필요한 요소 중에는 '사랑' 이 있습니다. 사랑은 '주고받
음'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고 싶은 마음은 대표적으로 유언, 유산 남겨주기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데 호스피스 환자에게서는 특히 '받는 사랑'에 대해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를 정년 퇴임하시고 마을에서 어린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시던 70대의 유○님이 계셨습니다.
님은 이 시대에 좀처럼 보기 드문 훌륭한 효녀를 두셨습니다. 딸은 아버지 간병을 위해서 결혼을 유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오래 동안 설사를 하였는데 딸은 매번 설사로 짓무르기 쉬운 항문 주위를 스프레이로 세
척한 후 파우더로 곱게 두드려가며 온갖 정성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만한 딸 보기가 쉽습니까
? 아니, 볼 수나 있습니까?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섬기는 교회 '여름성경학교'가 시작되므로 이틀 정도를 뵙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님은 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노라며 "보고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제쯤 올 수 있겠느냐" 시며, 할 이야기가
있다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전화를 받고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병동엘 올라갔습니다. 님은 별다르게 오해는 말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은 꼭 나의 아버지 같고, 나는 아들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시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70대의 형님도
큰 형님뻘 되는 이가 50대 중반의 새까만 동생, 조카 같은 저에게 '아버지 같다니...' 그 순간에 치미는 눈물을
참느라고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 그렇게 착한 효녀의 사랑을 받으시면서도 여전히 사랑에 갈급해 하시는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분의 경우가 있었습니다. 40대의 손○○님이 계셨습니다.
님은 국영기업체 중견 간부 출신의 점잖으신 분이었습니다. 님은 한번씩 통증 호소를 할때엔 온 병동이 울리도
록 고통을 호소하곤 하였습니다. 어느 주일 오후, 종사자들의 방문이 뜸해진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복도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진통제로도 더 이상 진정이 되지 않는다는 간호
사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가족들에게 님의 애창하시는 찬송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드리며 애창곡을 불러
드렸습니다. 그런데 2절을 부를 때엔 어느새 그도 따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4절을 부를 때쯤엔 색색 코를 골
며 주무시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시던 분이 말입니다. 이 거짓말 같은 상황
에 가족들도 놀라고 있었습니다. 사랑에 대한 갈급함은 때로는 육체적 통증 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해소 되었을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편안함을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랑에 대한 본능적인 갈급함이 있습니다. 더구나 고난의 한복판에 서 있을수록 더욱 사랑에 대한 갈증
은 그만큼 강해질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해소되지 않을 때 정신적, 영적 존재인 인간은 고통할 수밖
에는 없는 것입니다.
(다음 호에는 '희망에 대한 욕구'가 소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