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0
본회 실무책임자0
안락사와 호스피스 9
제 3편 영적고통
1. 의미의 추구
2. 용서의 욕구
3. 사랑의 욕구
4. 희망에 대한 욕구
 
독일 출신의 사상가 에리히 프롬은 인간을 가리켜서 '호모 에스페란스'라고 하였습니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사
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질문한다면 확실히 희망을 먹고사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어둡고 고통스러운 터널과 같은 현실이지만 터널의 끝을 볼 수만 있다면 위안을 얻을 수 있고 얼마
든지 견딜 수가 있을 것입니다.
 
말기환자... 그들에게도 희망에 대한 욕구는 동일한 것입니다. 아니 절망상태이기 때문에 열망은 더욱 강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 희망은 기본적으로 치유에 대한 기대입니다. "의학이 자꾸 발전하는데 내 병도 곧 고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나님이 낫게 해주시기 않을까?",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나?", "그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
있어야 하는데..." 등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욕구가 아닙니까?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이들의 절박한 희망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꺼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현실을 받아드리게
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많은 지혜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하○○라는 20대 후반의 뇌암을 앓던 하얀 피부에 눈이 유나히도 큰 처녀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제
딸과 비슷한 나이여서 볼 때마다 애처로움은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세례도 받았고 care가 잘
이루어지는 듯하여 그 입가에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아가씨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그녀의 어머니로부
터 매우 거친? 항의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사유인즉, 봉사자들 중 한 분이 " 이 세상은 이미 끝난 것이니 천국이
나 바라보라" 며 직설적인 발언을 하였다고 하는 것이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딸아이는 밤새 잠 한잠 못 자
고 울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봉사자가 정말 그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보셨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
었을 것입니다.
자원봉사자 교육에서도 누누이 강조되고 있지만 봉사는 봉사자 중심이 아닌 철저히 환자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큐브로 로스가 정의한 임종환자의 심리. 정서적 변화는 5단계로써 부정, 분노, 타협, 우울의 단계를 거쳐 결국
은 수용단계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 구분일 뿐, 수용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아지는 환우들에
게서도 어느 날 갑자기 회복에 대한 강렬한 호소를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것입니다.
치유에 대한 강렬한 기대는 생존의 본능입니다.
인간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호스피스 봉사자라면 그 무엇보다도 고통하는 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
하려는 진지한 마음가짐부터 가지고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