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0
본회 실무책임자0
안락사와 호스피스 11
 
지금까지 우리는 2001년 봄부터 불붙기 시작한 소위 '안락사 논쟁' 과 관련하여 "안락사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용납될 수 없다" 는 대전제 하에 그 이유를 찾아보았고, 그 대안(代案)으로서의 '호스피스의 역할' 에 대하여 개
괄적 고찰을 이어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기를 원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죽기
를 원한다' 면 생존 본능을 억누를 만큼의 엄청난 고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호스피스의 제공자들은 그 고통의 내용들을 찾아내고 고통을 실제적으로 완화시켜주는 돌봄을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대안으로서의 호스피스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신체적으로 - 말기 암환자의 약 70%가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적극적인 통증관리 시스
템과 욕창 등 기타 비정상적인 신체 리듬으로 고통하고 있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보살핌이 요구되고 있으며, 정
서적으로 -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으로 대변되는 감정의 기복에 대한 포용성 있는 대처, 사회적으로 - 운
명적 소외로 고통하는 이들에게 주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해 주겠다."는 확실한 의지의 표
명. 그리고 영적으로 - 죄책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고통하는 자들에게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요구들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간생명에 대한 전통적 기독교 윤리의 관점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유일한 존재' 이기 때문에 원칙적
으로 모든 형태의 안락사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언제나 확고한 것만은 아닙니다.
가망이 전혀 없는 환자에게 그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무의미한 치료를 언제까지나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이를 중단하는 의미에서의 수동적 안락사(연명치료중단)와 함께 이럴 경우를 대비하여 준비한 유언(living will)
등과 같이 환자 스스로가 결정한 자의적(自意的) 안락사 등은 허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돌보아야하는 호스피스 대상자들이 곧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환자의 이익보다는 제3자의 이익 때문에 악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필요악(必要
惡)의 입장에서 매우 신중하고도 선별적으로 채택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현대의학은 거의 모든 통증을 능히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통증조절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따라서 이제 환자
의 고통에 대한 대안은 안락사가 아닙니다.
효과적인 통증조절 시스템과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의료진, 그리고 성직자, 사회복지사, 자원봉사
자 등이 힘을 합쳐서 적절하고도 균형 있는 '케어'를 제공해 줄 수만 있다면 '편안과 평안'의 균형 있는 삶을 영
위할 수 있음으로써 우리 모두가 그렇게도 바라는 '죽음 앞에서의 평안' 을 경험하게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당연히 고통의 대안으로서의 '안락사 논쟁' 은 이 땅에서 설 자리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호스피스는 안락사의 확실한 대안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