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중계 *
 
 
유교에서 말하는 고종명(考終命)은 5복(장수, 부귀, 강령, 덕, 고종명)중의 하나로 제 명(命)대로 살다가 평안히
죽는 죽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기독교 교리 위에 설립된 ‘죽음에 대한 한호협의 견해’를 생각해 보고 져 한다.
“성도의 죽는 것을 여호와께서 귀중히 보시는 도다”(시116:15)고 하셨고
“땅에 성도는 존귀한 자니 나의 모든 즐거움이 저희에게 있도다”(시6:3)고 하셨다.
위의 구절을 보면 인간은 존엄성을 지닌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알
아야 하며, 그 본질의 존귀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죽음의 기능과 중요성도 함께 이해한 후에 존엄사를
논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인간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고귀한 성품을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죽음은, 영원과 연결하는 고리이며 영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것이다, 그런고로 인간의 죽음은
삶의 완성이며, 내세로 옮겨감이며, 운명의 확정이다.
이러한 기독교적 입장에서 볼 때, 죽음의 과정은 대단히 중요한 순간들이므로 죽음을 존귀하게 다루어야 한다.
존엄사는 단지 아프지 않고 편안히 죽게 하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그런고로 존엄사는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영원과 올바른 연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신앙적 격려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무리하게 부인하는 생명의 연장도 하
나님의 뜻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안락사라는 말은 euthanasia로써 eu는 좋다(good)는 뜻을 의미하고 thanatos는 죽음을 의미한다. 즉 안락사란
좋은 죽음, 안락한 죽음, 평안한 죽음을 의미한다. 오늘에 와서는 본래의 뜻과는 달리 안락사(mercy killing)는
고통을 종식시키기 위한 안락살해(安樂殺害)의 뜻으로 이해되어 왔다. 안락사란 용어는 고대 희랍어에서 유래
되었으나 자살 방조라는 뜻이 담겨있고 동양에서는 일본에서 처음 번역한 것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
다.
50년 전만 해도 우리말 사전에는 이 용어 자체가 없었으나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현대의학의 발전과 함께 등장
한 새로운 용어이다.
안락사의 분류는 관점에 따라서 능동적, 수동적, 자발적, 비자발적, 간접적, 직접적인 안락사 등으로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분류된다. 그러나 근래 우리 사회에서 언급되는 안락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게 적극적 안락
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져 한다.
 
첫째. 적극적 안락사란 환자의 바람과 상관없이 환자의 사망과정에 의사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인데, 의도적으로 약물을 투여하여 죽게 하는 안락사를 말한다. 이때 의사가 의도한 것은 아니
지만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하여 처치하는 도중 예상된 부작용으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간접
적 안락사라고 한다.
둘째. 소극적 안락사는 죽음에 직면한 환자에게 필요 없는 치료의 연장을 보류하거나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므
로 환자가 죽게 버려두는 죽음을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쟁하는 대상은 소극적 안락사에 초점을 두고 있
다.
선진화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국민적 여론수렴과 입법화가 잘 이루어져 가고 있는 반면에,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국민적 합일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적극적 안락사이든 소극적 안락사이든 간에 안락사는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한다는
생각 때문에 치료현장에서 보는 진정한 소극적 안락사를 이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안락사에서 풍기는 ‘인위적 사망’의 어감 때문에 새로운 용어로 등장한 것이 ‘존엄사’이다.
존엄사라는 용어도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 낸 용어이며 영어로 번역할 적당한 단일 용어가 없으므로 영어권에서
는 death with dignity(존엄사)라고 부른다.
한자를 사용하는 동양권에서는 존엄사라는 용어가 간접적 안락사란 용어보다 훨씬 부드럽고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것 같으나 실제적 의료행위는 대동소이하다.
일부에서는 존엄사도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행위이므로 받아드릴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로 진정
한 존엄사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과정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윤리적 측면이나
실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는 의학도는 환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만 배웠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은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임종 앞에서는 의료인마저도 항상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호스피스에서는 누구도 죽
음 앞에서 당황하지 않는다.
필자는 한 세미나에서 안락사와 존엄사 두 용어가 다 적합지 않다면 ‘호스피스 사(死)’라고 하였는데 세미나에
모였던 청중들로 부터 갈채를 받은 적이 있다.
호스피스 사역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소극적 안락사든 존엄사든 자연사든 용어해석에 큰 논쟁은 없었다. 호스피
스에서는 죽음에 관한 용어가 아니라 의미에 가치를 두고 있다. 그 이유는 기독교정신에 바탕을 둔 호스피스사
역에 있어서 죽음에 대한 인식이 세속적 차원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죽음이란 삶의 완성이며, 운명의 확정이며, 삶의 옮김이며, 천국으로 가는 관문이다. 다시 말하면 죽
음이란 “하나님이 부르실 때 기쁨으로 주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역”이므로 ‘호스피스 사(死)’라 하여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다음 호에 계속)